기억 속의 봄밤[이준식의 한시 한 수]〈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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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집은 강어귀에 있어, 밀물이 사립문까지 스민다.
나그네 묵어가고자 하나, 주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네.
봄밤, 길 가던 시인이 강가의 어부 집에 이르렀으나 주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집이 강물 가까이에 붙어 있는 것은 운치가 아니라 생업의 자리이기 때문이고, 밤늦도록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여유가 아니라 긴 노동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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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묵어가고자 하나, 주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네.
대숲은 깊고 마을 길은 먼데, 달이 뜨니 낚싯배도 드물다.
멀리 모래톱 찾아 배 대는 모습 보이니, 봄바람에 도롱이가 흔들린다.
(漁家在江口, 潮水入柴扉. 行客欲投宿, 主人猶未歸. 竹深村路遠, 月出釣船稀. 遙見尋沙岸, 春風動草衣.)
―‘밤에 어부의 집을 찾다(야도어가·夜到漁家)’ 장적(張籍·약 768∼830)
시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봄밤, 길 가던 시인이 강가의 어부 집에 이르렀으나 주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게 스토리의 거의 전부다. 화려한 수사도 없고 감정을 억지로 부풀리지도 않는다. 시가 먼저 보여 주는 것은 강어귀의 흔한 풍경이다. 밀물이 스미는 사립문, 깊은 대숲, 달이 뜨면서 뜸해진 고깃배. 눈앞의 풍경은 고요하지만 그 고요가 곧 한가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집이 강물 가까이에 붙어 있는 것은 운치가 아니라 생업의 자리이기 때문이고, 밤늦도록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여유가 아니라 긴 노동 탓이다. 시인은 초조했을 것이다. 날은 저물고 빈집 앞에서 서성이는 처지도 난처하다.
마침내 멀리 작은 배 하나가 물가를 더듬어 다가온다. 그리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도롱이의 모습만 남는다. 굳이 안도나 감사를 길게 늘어놓을 것도 없이 시인은 한 줄기 바람으로 긴 기다림의 매듭을 푼다. 기억에 남는 밤은 대개 소란스럽지 않다. 늦게 돌아오는 사람 하나와 그 곁을 스치는 봄바람 하나면, 시는 더 보탤 말 없이도 완성된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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