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도 소년범은 ‘교화’?…들쑥날쑥 기준·소외되는 피해자
[앵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 받지 않는 만 14살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 '촉법 소년' 이라고 하죠.
이들의 범죄 실태가 갈수록 심해지자, 이 나이를 낮추자는 논의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오는데요.
어떤 개선이 필요할지, 신현욱, 배지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국가대표 수영 선수를 꿈꾸던 13살 김 모군.
2년 전 합숙 훈련 숙소에서 수영부 선배 5명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수영을 그만뒀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양다리를 붙잡고 한 명이 바지하고 속옷을 내려서…. 수영을 이제 못 할 것 같다고, 너무 힘들다고…."]
가해자 가운데 3명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이들 외에도 가해자들은 모두 "교화와 보호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소년부에 송치됐습니다.
피해자 김 군이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
2년이 지난 지금도 가해자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가정법원에 제가 수시로 전화를 했어요. 어떻게 됐냐 했더니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알려줄 수 없다, 비공개다. 그거를 알고 싶으면 민사소송을 해라."]
소년 재판은 재판부 허락이 없으면 피해자가 의견을 낼 수 없고,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과정과 결과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가해자는 보호받지만 피해자는 배제되는 상황.
[이현숙/청소년 성폭력 예방 전문기관 탁틴내일 대표 : "피해자가 방어하거나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소년 재판에서) 되게 없어요. 가장 크게 힘들어하시는 부분들은 이 사람이 어떻게 처분 받았는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피해자의 재판 참여권과 결과 통지 의무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란 지적입니다.
[피해자 아버지 :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피해자는 위축돼 가지고 걔네를 피해 다녀야 되고…. (촉법 소년) 나이가 한 살 줄어든다고 달라질까요?"]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영상편집:김인수/그래픽:김경진
[리포트]
여기 고등학생 두 명이 있습니다.
A군은 여교사 8명을 170여 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성인처럼 형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B군은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해서 협박까지 했지만 소년부로 송치됐습니다.
둘 다 심각한 성범죄인데 처분은 다르죠.
재판부마다 소년범을 두고 처벌할지, 교화할지 판단 기준이 제각각인 탓인데요,
실제로 중대한 범행으로 구금까지 된 경우에도 10명 가운데 9명은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전체 소년범죄는 감소 추세지만, 불법촬영·딥페이크 성범죄 등 신종 범죄는 늘어나는 상황.
하지만 이대로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도 형사 처벌 여부는 재판부의 재량에 맡겨지게 됩니다.
결국 법정에서 소년의 강력범죄를 어떻게 다룰지 기준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승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우리나라의 소년사법 체계에서는 소년 양형 기준이라는 게 없습니다. 기준이 있게 되면 보다 신속하게 아이들 범죄의 유형들을 분류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적용할 수 있는 체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죠."]
또 사회 복귀와 재범 방지를 위해 이들을 어떻게 교화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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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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