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식어가고... 서울 아파트 흐름 '반전'
한강벨트까지 식어…거래 절벽 현실화
노원·구로·강서 등 중저가 지역 상승세
수도권 외곽으로 번지는 실수요 이동

한국부동산원이 3월 넷째 주(23일 기준)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상승 폭은 한 주 전(0.05%)보다 0.01%포인트 커졌지만, 지역별로 보면 온도차가 극명하다. 강남 등 고가주택 지역은 약세를 면치 못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강북·서남권 지역은 오름세를 이어가며 서울 평균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부동산원은거래가 살아난 지역과 관망하는 지역이 혼재된 상황 속에서도 국지적 상승 단지가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수요자의 선택적 매수세가 맞물리며 지역별 차별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강남3구, 5주 연속 하락… 강남은 낙폭 확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3구의 조정세는 더 이상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 -0.13%에서 이번 주 -0.17%로 하락 폭이 확대되며 다시 약세를 키웠다. 반면 서초구(-0.09%)와 송파구(-0.07%)는 하락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5주 연속 하락이다.
대표적인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대치·압구정·반포 일대는 ‘거래 절벽’이 심화된 모습이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와 각종 대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실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한때 40억 원을 호가하던 단지가 최근 35억 원 아래로 거래되는 경우도 나온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강남권 약세의 배경으로 ‘거품 피로감’과 ‘실수요 이탈’을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강남3구의 상승 폭이 워낙 컸던 만큼 시세가 조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은 대출 규제에도 막혀 있어 자금 부담이 큰 수요층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벨트’도 주춤… 용산·성동 등 조정세 지속
강남 외에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 주요 자치구들도 예외는 아니다. 용산구(-0.1%), 성동구(-0.03%), 동작구(-0.04%) 모두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한남·옥수·성수·흑석 등 한강 조망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들이다. 일부 단지는 최고점 대비 1억~2억 원가량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장에선 “거래 절벽 국면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전세가율과 공급 확대 이슈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4월 입주 예정인 반포·방배권 대단지 공급도 가격 조정 압력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저가 아파트, ‘키 맞추기’ 상승세
반면 강북·서남권의 움직임은 한층 활발해졌다. 노원구는 이번 주 0.23% 상승하며 전주(0.14%)보다 오름폭을 크게 키웠다. 구로구(0.2%), 강서구(0.17%)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노원구 중계동, 상계동, 하계동 등 실수요 비중이 높은 지역에선 대출 규제 완화 이후 매수 문의가 증가했다. 특히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제한선(6억 원 한도) 안에서 거래가 가능해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계층이 집중적으로 찾는다는 분석이다. 최근 노원구 ‘중계주공7단지’ 전용 84㎡ 실거래가는 9억 원대 후반으로, 불과 지난해 말보다 약 5천만 원 상승했다.
서대문구(0.15%), 성북구(0.17%) 등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랜 기간 집값이 정체됐던 지역들이 ‘키 맞추기’ 국면에 진입하며 상대적인 저평가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서울 도심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으며, GTX-B·C 등 광역 교통망 확충 계획이 속도를 내면서 외곽 지역 주거 선호도도 상승하는 중이다.
“집값 양극화 더 벌어진다”는 경고음
전문가들은 이번 주 데이터가 단순한 주간 변동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 시장의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일각에서는 고가 주택 중심지의 매수세 위축과 중저가 단지로의 이동은 경기 불확실성, 금리 부담, 실수요 재편이 맞물린 결과, 정책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논의할 때 ‘고가주택과 중저가주택의 다른 흐름’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하락 폭이 확대되고 있는 강남권은 향후 거래 회복 없이는 추가 조정 가능성도 있는 반면 실수요 중심의 서울 외곽 지역은 단기간 상승 피로감이 누적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기도로 번지는 ‘중저가 효과’
서울과 맞닿은 경기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과천(-0.11%)은 하락 폭이 커졌지만, 안양 동안구(0.48%), 구리시(0.25%), 하남시(0.22%) 등 중저가 지역에서는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의 가격 부담을 느낀 실수요층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수도권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다.
안양 동안구 평촌 일대는 학군과 교통 접근성이 좋아 신혼부부 및 30대 실수요자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구리·하남은 9호선 연장선, GTX-D(가칭) 등의 교통 호재로 ‘서울 대체 주거지’로 주목받는다.

정책·금리 변수 속 시장은 ‘관망’과 ‘선택’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의 분위기는 조심스러운 관망세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시장 안정과 공급 확충’을 동시에 강조하는 가운데, 대출 여건 개선과 세제 완화가 실질적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가 주택 거래는 일부 회복됐지만 전반적 거래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60%에도 못 미친다”며 “정책적 유인이 없다면 시장 회복은 점진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은 지금 ‘이중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강남은 조정 국면, 강북은 회복 국면이다. 거래의 무게 중심은 이미 외곽으로 이동했고, 투자보다 거주 목적의 ‘선택적 수요’가 시장의 새 흐름을 만들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국면은 서울 주택 시장이 가격 안정과 구조 재편을 동시에 맞이하는 과도기일 수 있다. 다만 자금력에 따른 접근성의 차이가 커지고 있어, 주거 양극화 문제는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사회 정책 전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