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로 드러난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정체
![2012년의 이근안 [촬영 신준희] 2012.12.14](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6/yonhap/20260326212138599mhtl.jpg)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25일 사망한 '고문 기술자' 이근안(李根安·88) 전 경감은 김근태(1947∼2011) 전 의원을 전기고문했다가 피소됐을 때만 해도 베일에 싸여있었지만, 언론의 추적 보도로 정체가 드러났다.
1938년 3월 인천 송현동에서 태어나 중고교를 졸업한 그가 경찰이 된 것은 1970년이었다. 군 복무 후 서울 은평구에서 중학교 입시 학원을 운영하던 중 택시강도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 것을 계기로 순경으로 채용됐다. 172㎝, 90㎏ 거구에 떡 벌어진 어깨에 어릴 때부터 합기도 등을 익혔다.
1972∼1974년 당시 서울 충무로5가에 있던 내무부 치안국 대공분실에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대공 업무를 놓지 않았다. 1973년 경장으로 한계급 특진한 뒤 1974∼1979년 경기도경 대공분실에서 근무할 때는 탱크 설계도 도난 사건과 성남 '김일성 찬양 벽보' 사건 등을 수사했다. 1976년 경사, 1979년 경위로 특진했다.
![2012년 출판기념회 당시의 이근안 [촬영 신준희] 2012.12.14](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6/yonhap/20260326212138789uehg.jpg)
1979∼1980년 남영동 대공분실에 근무할 때 남민전 준비위 사건 이재문(1934∼1981)을 조사했다. 이재문은 당시 고문 조사를 받은 뒤 1981년 서대문구치소에서 옥사했다. 언론인 출신 민병두 전 의원도 1981년 '학림 사건'으로 이씨에게 고문당했다.
1984년 1월 경감 승진 후 경기도경 대공과 대공분실장, 공안분실장으로 근무했다. 1985년 김근태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을 고문했다. 1971년 어로작업 중 납북되었다가 늘 감시 속에 살았던 김성학도 1985년 12월 이씨에게 전기고문을 당한 뒤 척추 디스크가 다 녹아내려 장애인이 됐다.
민주화운동 대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1986년 1월 이근안 등을 고소했지만 당시엔 그의 이름조차 몰라 '성명불상의 전기고문 기술자'라고 썼을 만큼 베일에 싸인 채였다. 이마저도 1987년 1월 무혐의 처리됐다. '박 중령' '불곰' '반달곰'이라는 별명이 있었고, '김철수'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다.
이씨는 1986년 10월23일 경찰의 날에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삼성그룹 등 각 기업 직원연수회를 돌며 안보 강연을 125회나 했다.
반전의 계기는 1987년 12월 김성학씨, 1988년 12월 김근태 전 의장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뒤 언론이 제공했다. 한겨레신문 출신 문학진 전 의원이 김 전 의장을 취재하던 중 '얼굴 없는 고문 기술자'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 것.
1988년 12월21일 이근안의 얼굴 사진이 한겨레신문에 실리자 김기춘 검찰총장은 같은 달 24일 고문 혐의로 수사를 지시했다. 이씨는 우편으로 사표를 내고 잠적해 10년 10개월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1999년 10월21일 함께 일했던 경기도경 대공분실 전현직 경찰관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자 일주일 후인 10월28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자수했고, 2000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2006년 만기 출소 당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그 시대엔 애국인 줄 알고 했는데 지금 보니 역적이다. 세상사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6/yonhap/20260326212138974ezqu.jpg)
2012년에 낸 자서전에서 1990년 3월 도피 도중에 주님을 영접했다고 적었다. 통신 과정으로 신학교를 다닌 뒤 2006년 전도사, 2008년 목사가 됐지만 2012년 1월 교단에 의해 목사직이 박탈됐다.
2012년 12월14일 서울 성동구 한 식당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 당시 간첩과 사상범을 잡는 것은 애국이었다", "그것이 애국이 아니면 누가 열심히 목숨 내놓고 일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복역 중에 김근태 당시 장관이 여주교도소에 와서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라고 하자 김 장관이 포옹을 하며 '그게 어디 개인의 잘못입니까. 시대의 잘못이지'라는 말을 했다"며 "그가 나를 용서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99년 10월28일의 이근안 [촬영 도광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6/yonhap/20260326212139300gvfi.jpg)
chungwo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경찰, 필라테스 가맹 사기 의혹 양정원 소환해 대질 | 연합뉴스
- '미스트롯' 출신 코미디언 김나희, 8월 사업가와 결혼 | 연합뉴스
- 상가 화장실서 휴지 쓴 여성 병원 이송…경찰 수사 | 연합뉴스
- 쌍방울 김성태 회장 "민주당, 尹정권과 똑같아…다 털어보라"(종합3보) | 연합뉴스
- "돈 갚아라" 한마디에 16번 찔렀다…지인 살해 60대 징역 15년 | 연합뉴스
- 콜롬비아 마약왕의 하마, 살처분 대신 인도행? | 연합뉴스
- [샷!] "C커머스서 홀라당 훔쳐가…적반하장도" | 연합뉴스
- '제자 성폭행 혐의' 뮤지컬 배우 남경주 불구속 기소 | 연합뉴스
- 이젠 여권까지…美국무부, 트럼프 얼굴 새긴 '한정판 여권' 발급 | 연합뉴스
- 조지 클루니 "폭력은 설 자리 없어"…트럼프 겨냥 총격사건 규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