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 달리는 휠체어 레이서…‘현실의 벽’ 허물면 안 될 게 없죠
VR 기기 활용 스포츠·직업 훈련
“가상체험 해보니 두려움 사라져”

“뜨거운 물에 손을 델까봐 무서웠어요. 가상현실(VR)로 바리스타 체험을 해보니 무섭지 않고 정말 재밌어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장애인 디지털 빌리지’에서 가상체험을 하던 박종현씨(21·지적장애)가 환하게 웃었다.
VR 기기를 머리에 쓴 박씨의 눈앞에는 커피 머신이 펼쳐졌다. 그는 능숙하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포터필터를 분해하고,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내려담아 능숙하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다음에는 세차장 직원이 됐다. 박씨는 가상의 거품 분사기를 손에 쥐고 가상 화면과 연동된 차량 곳곳에 거품을 뿌리고 걸레로 꼼꼼히 닦아냈다.
다른 곳에서는 스포츠 경기가 펼쳐졌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A씨(49)는 휠체어 레이싱 기기 위에서 힘차게 바퀴를 굴렸다. 전면 스크린 속 A씨의 캐릭터가 스키를 타고 설원을 달리자, 그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A씨는 “운동다운 운동을 해보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늘 아쉬웠다”며 “설원 위를 내가 달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까지 업(Up)된다”고 말했다. 그는 첫 운영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1시간 전부터 센터 앞에서 기다렸다. 그는 “근력을 키우는 데 이것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국 최초 장애인 전용 디지털 콘텐츠 체험 공간을 갖춘 ‘장애인 디지털 빌리지’가 장애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층 직업체험 존에서는 키오스크 주문, VR 기기를 활용한 바리스타·세차·일상 체험 등 장애인의 사회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상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VR 스키, 휠체어 레이싱, 스크린 사격, 3D 모션플레이 등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2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영유아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3면 스크린 체험 공간과 볼풀장, 트램펄린을 디지털 콘텐츠와 접목했다.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디지털 키즈카페’인 셈이다.
청주시가 디지털 빌리지를 조성한 이유는 장애인에게 사회 진출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정수미 청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팀장은 “장애인들이 VR로 반복 훈련을 한다면 실제 자격증 취득과 취업으로 이어지는 자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빌리지는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4월부터 누리집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운영될 예정이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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