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만난 ‘책임 있는 식재료’… 콘래드 서울이 ASC 광어를 먼저 도입한 이유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조용한 점심 자리가 열렸다. 이날 테이블에는 캐나다산 MSC 랍스터, 국내산 ASC 전복 파스타, ASC 광어 스테이크, 그리고 케이지프리 달걀 타르트까지 네 개의 코스가 차례로 올랐다. 얼핏 보면 평범한 고급 호텔 런치처럼 보이지만 이날 접시에 오른 식재료들에는 꽤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콘래드 서울은 이번에 국내 호텔 최초로 ASC 인증 광어를 도입했다. ASC, 즉 수산양식관리협의회(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은 간단히 말하면 ‘이 수산물은 환경을 망가뜨리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으며 책임감 있게 길러졌습니다’라는 국제적인 보증서다. 유기농 인증이나 동물복지축산인증제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바다라는 공공재를 다루면서 미래 세대 먹거리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조금 더 넓다.

이날 행사에서 이승찬 총주방장은 꽤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 광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횟감 중 하나지만, 수급이 들쑥날쑥해서 호텔 레스토랑 메뉴에 안정적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런데 ASC 인증 광어는 양식 단계부터 유통까지 이력 추적이 전부 가능하다.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는지, 어떤 경로로 주방에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무항생제 원칙 아래 깨끗하게 관리된 환경에서 키워지기 때문에, 셰프 입장에서는 식재료를 더 믿고 쓸 수 있는 환경이 생긴 거다.
이날 코스에는 ASC 광어 외에도 MSC 인증 랍스터와 케이지프리 달걀이 함께 올랐다.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은 양식이 아닌 자연산 수산물에 붙는 인증으로 “이 물고기는 바다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잡혔습니다”를 의미한다. 케이지프리 달걀은 닭을 좁은 케이지가 아닌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키워 얻은 달걀이다. 결국 이날 메뉴 전체가 하나의 일관된 철학 위에 서 있었던 셈이다.
총주방장은 이런 인증들이 “고객에게 소구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했다. 유기농처럼 직관적으로 와닿는 개념이 아니라서 왜 좋은지 설명하는 데 품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5성급 럭셔리 호텔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겠다는 태도다.

콘래드 서울은 이미 2018년부터 힐튼 그룹 차원에서 지속가능 수산물 인증 제도를 도입해왔고 국내 호텔 최초로 ASC 추적 관리 체계 인증(Chain of Custody)까지 획득했다. 현재 연어·새우·전복·광어를 ASC 인증 제품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레스토랑뿐 아니라 연회와 룸서비스 전반에 걸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수급이 가능한 모든 수산물을 인증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고급 호텔의 식탁은 트렌드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공간 중 하나다. 콘래드 서울이 이번에 건네는 메시지는 단순히 “착하게 먹자”가 아니다. 무항생제 원칙 아래 깨끗하게 관리된 환경에서 길러지고, 유통 경로까지 전부 추적 가능한 식재료. 이 호텔을 찾는 고객들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책임 있는 소비에 동참하게 되고, 그 경험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는 것이 콘래드 서울의 믿음이다. 이번 식탁에서 맛있게 먹는 것, 책임감 있게 먹는 것, 그리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 이 세 가지가 하나의 식탁 위에서 함께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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