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시대 위에서야 쉴 수 있었던 아기”…해든이 친모는 ’학대살해’ 부인

이혜영 기자 2026. 3.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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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동학대살해 혐의 친모에 무기징역 구형…친부는 징역 10년
수사 검사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엄마에게 살해 당해” 엄벌 요청 
법정 선 친모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변호인 “살해할 의도 없었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3월26일 전남 순천시 왕지동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 친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4개월 '해든이'를 추모하는 화환이 늘어서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이 생후 4개월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친모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친모는 법정에서 살해 고의성을 부인했고, 변호인 역시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정 안팎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이 친모와 친부의 엄벌을 촉구했다. 

2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용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해든이(가명) 학대 사망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라아무개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라씨의 남편이자 숨진 아이의 친부인 정아무개씨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정아름 검사는 이날 공판 검사와 함께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27일 해든이의 시신을 직접 검시한 정 검사는 "팔뚝만큼 작은 아기가 차가운 검시대에 누워 있었는데 검사로서 많은 시신을 봤지만, 이번만큼 가슴 아픈 적은 없었다" 말했다. 이어 "열 달 동안 뱃속에 있다가 이 세상에 태어나 133일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얼마나 고단했을지 아기의 온몸에서 볼 수 있었다. 세상에는 따뜻하고 행복하고 좋은 것도 많은데"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정 검사는 "당시 아기의 표정은 수십 번도 더 봤던 홈캠 영상이나 사진에서보다 편안해 보였다"며 "철제 검시대 위에서야 쉴 수 있었던 아기는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가장 보호해야 할 엄마에게 학대 살해당했으나 (라씨는)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모든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행복하게 자라야 할 권리 주체로 학대, 폭력, 방임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욕조와 홈캠-여수 4개월 영아 살해 사건의 진실' 방송에서 친모가 누워있는 아기의 얼굴을 발로 차며 학대하는 장면 ⓒSBS 방송화면 캡처

검찰 "생후 4개월에 불과한 아이, 사망 충분히 예견"

검찰은 생후 4개월 영아가 무차별 학대로 생을 마감하게 된 사안의 중대성, 친모가 익수 사고사로 위장하려 한 정황, 홈캠 영상 및 음성에서 확인된 반복적인 학대 등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데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재판부에 거듭 엄벌을 요구했다. 

라씨는 지난해 10월22일 오전 11시43분께 전남 여수시 자택 욕실에서 생후 4개월 아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물을 틀어놓은 아기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안방과 작은방에서 확보한 홈캠 영상 4800개를 정밀 분석하고 참고인 조사를 통해 같은해 8월24일부터 최소 19차례에 걸쳐 라씨가 아이를 학대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이의 몸에서는 23군데에 이르는 다발성 골절과 뇌출혈, 복강 내 출혈 등이 확인됐고 출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결국 10월26일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홈캠 영상과 참고인 진술, 포렌식 자료 등으로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범행이 명백히 입증된다"며 "피해 아동은 생후 4개월에 불과해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한 존재였음에도 주요 신체 부위를 중심으로 반복적인 폭행을 당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위급한 상태를 인식하고도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학대의 정도와 반복성 등을 볼 때 결과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3월26일 전남 순천시 왕지동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서 '아동학대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모임 해든아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관계자들이 생후 4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친모, 사죄 한다면서도 "기억 안 난다" "모르겠다" 

검찰은 공판에 출석한 라씨를 상대로 홈캠 영상에 담긴 폭행 장면과 아이를 욕조에 방치한 경위, 신고 지연 이유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라씨는 살해 고의성을 부인하면서 아이의 사망 전후 상태 등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아이의 몸을 강하게 때리면 사망할 수 있다거나 상태의 위급성을 인식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라씨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답변을 할 때마다 법정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라씨의 변호인은 "라씨는 두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살해의 고의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아동이 단일 행위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은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범위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라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부모로서 제가 저지른 잘못을 책임지고 무거운 형벌이 내려져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아이를 아프게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해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아이에게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해든이 사건은 보완수사 단계에서 검찰 수사팀이 홈캠 영상 4800개를 전수 재분석하고 주거지와 병원 압수수색, 숨진 아기·친모의 의료기록 확인과 의료 자문, 핵심 참고인 조사·진술 확보 등을 거치면서 친모의 범행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검찰은 1300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통해 경찰이 송치 단계에서 적용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아동학대살해로 변경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학대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사건 참고인에 대한 보복협박을 일삼은 친부 정씨도 구속기소했다. 또 아이가 생사를 다투고 있던 시각에 정씨가 성매매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앞서 정씨는 부모 모두 구속된 상황이라며 첫째 자녀 양육을 위해 보석을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 반대 의견을 수용해 이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라씨의 학대 장면이 담긴 홈캠 영상이 일부가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라씨와 정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는 약 6000건 접수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36명도 최고형 선고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날 법원 앞 도로 주변에는 '해든아 미안해' 등 문구가 적힌 근조 화한 170여 개가 놓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엄마, 아빠'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라씨 부부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고, 법정에서 직접 공판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다음달 23일 오후 2시 라씨와 정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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