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고양이와 야생조류의 공존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2026. 3.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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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왔다. 지난주 봉은사 정원에 홍매가 활짝 피었다. 홍매가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실제 꽃이 아니라 조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홍매가 핀 화단을 중심으로 수많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한복판에도 이렇게 새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요란했다.

다양한 새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봉은사 정원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야생의 새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2017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 보고에 따르면, 야생조류가 죽는 가장 큰 원인은 고양이다. 그다음이 유리창 충돌과 자동차 등에 의한 사고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년에 사고로 죽는 새 약 33억마리 가운데 고양이에 의해 희생된 새가 24억마리, 유리창 충돌은 5억마리, 자동차 사고는 2억1000만마리다.

2018년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는 연간 약 800만마리에 이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양이에 의해 죽는 새에 대한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 이는 새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미국 통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내에도 많은 수의 길고양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양이에 의해 희생되는 새의 수 역시 연간 최소 800만마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고양이는 원래 지중해 주변의 제한된 지역에서 살던 야생동물이다. 고양이는 농경이 시작되면서 쥐를 잡는 유익한 존재로 인식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간의 생활권이 넓어지며 고양이 개체수도 함께 증가했고, 고양이 천적이 사라지며 개체수는 생태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규모에 이르렀다.

특히 집보다 바깥에서 활동하는 특성 때문에, 한때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로 여겨지던 고양이는 어느새 ‘도둑고양이’나 ‘길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한편 이러한 인식과는 별개로, 귀여운 모습에 끌린 사람들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들이거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으로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가 귀엽게만 보아온 고양이가 야생조류의 생존에는 엄청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유리창 충돌로 죽는 경우보다 약 5배가량 많은 새가 고양이에 의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규모다. 특히 전 세계가 생물다양성 보전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개체수 증가 속도에 비하면 매우 소극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야생조류 보전을 위한 고양이 생추어리 운영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야생조류와 고양이가 모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존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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