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옥죄는 ‘무분별 학대 신고’… 손 본다
교육감협의회서 교권 침해 토로
교육감 의견서 제도 실효성 향상
경찰 입건 전 ‘충분한 검토’ 제안
교육부 “개선 방안 지속 협의중”

인천 모 초등학교 한 교사는 지난해 3월 이틀 연속 등교가 늦은 학생에게 “늦을 것 같으면 연락을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아이에게 지적을 하지 말아달라”는 항의를 받았다. 언제부턴가 적대적으로 변한 이 학부모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며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교사는 4개월여에 걸친 경찰·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교권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육활동이 위축된다고 토로한다.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학교를 옮기는 교사들도 있다. 급기야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이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6일 열린 총회에서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교육감 의견의 실효성 보장’ 안건을 전원 합의로 의결했다.
이 안건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교육감 의견서 제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교원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생을 지도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안에 대해 경찰이 교육감 의견서를 충분히 검토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교육감 의견서 제출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의견서가 제출되기 전에 경찰 입건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제도가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처벌법은 경찰이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검찰 송치까지 이뤄지도록 돼 있다.
입건 이후 검찰 수사까지는 최소 3~4개월이 소요된다.
교육감들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아동학대 신고 사건에 대해 경찰이 의견서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입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교원들의 교육활동 침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민·비례) 의원이 지난해 초 대표발의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교육감 의견서를 토대로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원단체들은 물론 교육부도 협의회의 이날 의결을 공감하고 있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사들의 피해가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제도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운 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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