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300명 피해’ 경기도 AI 사기, 전국 확산

목은수 2026. 3. 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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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 의심되는데… 수사는 ‘수십 갈래’

수원서 인터넷 중고거래 피해 28건
물건 아예 못받거나 다른 물품 배송
계좌 명의별 여주·아산 등 관할 갈려
‘관리미제’ 분류… 범죄 여전히 횡행

AI로 조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자등록증. /피해자 제공

경기지역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기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3월11일자 7면 보도) 동일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피해가 전국에 퍼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가 계좌 명의자별 관할로 흩어져 진행되는 사이 인터넷상에서는 여전히 범죄가 횡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수원권선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A씨 명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중고거래 등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28건 접수돼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금액은 5천500여만원으로, A씨 주소지를 확인한 뒤 관할인 충남 아산경찰서로 지난 22일 사건을 이첩했다. 여주경찰서도 B씨 명의 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수법의 사기 피해 고소장 24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19일 B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통장 대여 등)로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 금액은 총 3천여만원에 달한다. 남양주남부경찰서 역시 C씨 명의 계좌와 관련된 20여만원 규모의 중고 시계 거래 사기 사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최소 300명(피해자 인증 단체 채팅방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입금 과정에서 1~3개의 서로 다른 명의 계좌를 안내받아 돈을 분산 입금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계좌 명의자만 2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건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생수 등 전혀 다른 물품이 담긴 택배를 받는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중고거래 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계좌 명의자별 관할서로 분산돼 진행되면서 전체 범행 구조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주서는 계좌 명의자 B씨를 검찰에 넘겼지만, 실제 사기 행위를 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주요 단서가 발견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관리미제사건’으로 분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인터넷을 통해 단기간 소액 대출을 받기 위해 계좌번호와 인증번호 등을 불상의 인물에게 제공했고, 해당 계좌가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사이트를 통해 계좌가 거래된 것으로 추정돼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사이 인터넷상에서는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범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금자명을 잘못 기재했으니 다른 계좌로 다시 보내면 환불해주겠다’는 수법 등 유사 사례를 공유하는 피해자들의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문서 이미지를 빠르게 위조하고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AI가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범죄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해당 사건을 전국 단위의 조직적 범죄로 보고, 책임 수사기관을 지정해 통합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D씨(약 60만원 피해)는 “29개 계좌 명의를 활용한 사기가 동일 조직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경찰은 계좌 명의자에 대한 수사에만 집중하고 실제 자금을 인출하거나 택배를 발송한 인물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개별 사건으로 보면 피해 금액이 소액이고 지역도 분산돼 있어 범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책임 관서를 지정해 하나의 사건으로 통합 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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