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노동자…불꺼진 동구 골목상권

김원진 기자 2026. 3. 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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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철강…불똥 튄 상권]

현대제철·동국제강 있는 도시
가동률 줄어 산업침체 직격탄
일반음식점 폐업 50건→86건

영업점포 대비 폐업 비율 15%
인천서 최고…송림·송현동 집중
고용·소비 중심축, 균열 드러내
▲ 인천 동구 한 도로 인근 폐업 음식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인천 동구 송림동 한 한식당은 얼마 전, 15년 넘게 이어가던 장사를 접었다. 근처 현대제철·동국제강 직원은 물론 일대 노동자들로 북적이던 가게였다. 주인은 "1~2년 전부터 공장 인원이 줄더니 회식도 끊겼다"며 "빈 테이블이 늘어나는 걸 버티다 결국 문을 닫았다"고 했다.

동구 일반음식점 전체 흐름에서 보면 이 사례는 거대한 붕괴의 단면이다.

행정안전부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동구 '일반음식점' 폐업은 코로나 이전(2016~2019년) 연평균 50건에서 최근 4년(2022~2025년) 연평균 86건으로 72% 급증했다. 코로나 기간(2020~2021년)에는 정부 지원 영향으로 연평균 44건까지 줄었지만, 지원이 종료되고 철강업 불황이 본격화된 2022년 이후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2023년 74건, 2024년 89건, 2025년 85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구 위기는 인천 전체와 비교하면 더 선명해진다. 영업 점포 대비 폐업 비율은 지난해 동구가 15.1%로 인천 평균(11.1%)을 크게 웃돌았다. 10개 구·군 중 가장 높다. 영업 중인 가게 7곳 중 1곳이 매년 사라지는 셈이다.

골목상권에 켜진 경고등은 산업 흔들림과 맞물려 있다.

2024년부터 지금까지 폐업 177건 가운데 86%가 송림·송현동에 집중됐고, 이들 점포는 동산로·송림로 등 주요 도로를 따라 선형으로 이어진다. 현대제철·동국제강 출퇴근 동선과도 겹치는 구간이다. '노동자 이동 경로'를 따라 상권이 형성됐던 구조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상권 버팀목이던 노포도 무너지고 있다. 송림동 폐업 점포 중 45%는 10년 이상 영업한 곳들이다. 신규 창업이 뒤따라도 폐업 증가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2024년 개업 26건에 비해 폐업은 89건으로 3배 이상 많았고, 폐업 점포 절반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동구 골목상권 붕괴 출발점엔 산업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제조업이 지역내총생산의 61.7%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철강업은 고용과 소비를 동시에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이 최근 가동률을 큰 폭으로 낮추며 생산량 감축과 일부 공정 셧다운에 들어갔다"며 "산업과 소비가 하나의 축으로 묶여 있던 동구 경제 구조가 동시에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구 송림동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 온 김형섭씨는 "동네 재개발 움직임은 더디고 지역 경제에서 절대적인 위치인 공업지역 불경기까지 겹쳐서 골목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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