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비명소리 들어주세요”…‘해든이 사건’ 엄벌 촉구 잇따라
“진실 외면 말라” 등 현수막도 줄줄이
‘사랑해 기억해’ 일동 “평온하길” 소원

여수서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하고 방치해 죽게 한 ‘해든이(가명) 사건’의 30대 부부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26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입구는 장례식장을 방불케 했다.
순천지원에서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이어지는 200여m의 인도 위에는 약 170개의 추모 화환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화환을 보낸 이들은 다양했다. 자신을 ‘인천 아들 부자’라고 밝힌 이는 “해든아, 이제 사랑만 받자”라는 문구를 담았다.
너를 사랑하고 미안한 아줌마, 언젠가 꼭 안아줄 수원 이모, 언제나 해든이편이라는 민아 이모 등도 화환을 통해 해든이가 부디 하늘나라에선 행복하길 소원했다.
한 추모객은 “하늘나라 안 믿는데, 있었으면 좋겠다”며 “거기서는 꼭 행복하게 사랑만 받고 지내”라고 추모했다.
수사 과정과 정식 재판에서 책임을 덜고자 갖은 이유를 대며 반성문을 제출한 데 따른 공분도 이어졌다.
이들은 부부를 향해 “산후우울증을 모독하지 말라”거나 “멈출 수 있었던 유일한 친부”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구형과 재판부의 선고를 앞두고 엄벌을 촉구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순천지원 청사를 등진 채 놓여져 있던 한 화환에는 “말랑한 아기의 뼈가 21번 부러졌다”며 “분명한 살해 의도. 법정 최고형으로”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화환에는 “반복되는 친자 학대 살해. 재판부는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라며 사법부를 향해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화환 외에도 순천지원 도로 일대에는 서로 다른 이들이 걸어둔 현수막 십여장이 걸려 있었는데, 해든이를 추모하는 글과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일침, 엄정 처벌을 촉구하는 마음은 같았다.
오후가 되자, 전국 각지에서 추모 피켓을 손에 든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아동학대 엄정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민들이 모였다는 ‘해든아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일동은 이날 오후 1시께 순천지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치단체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평범한 엄마, 아빠들”이라며 “단 133일을 살다 세상을 떠난 해든이를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홈캠 속 해든이는 온기 없는 방 안에서 머리카락을 쥐어 뜯기고 작은 몸이 바닥에 내던져지고 맞고 또 밟히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며 “‘죽어’라는 말이 그 아이가 들은 세상의 전부였다”고 분개해 했다.
그러면서 “정인이 사건 이후 5년.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며 “솜방망이 같은 처벌은 또 다른 아이를 죽이는 판결”이라고 열변했다.
끝으로 “해든아. 여기서 겪은 아픔들 이제는 다 잊었으면 좋겠다. 너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며 “다음 생에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사랑해주는 부모를 만나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차 제주도에서 왔다는 유정원씨는 “판결은 이전의 판례를 바탕으로 내려진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판례는 바로잡아야 사회가 변하는 것 아니겠냐”며 “해든이 사건은 살인 그 이상으로 엄벌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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