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이버폭력, 더 이상 ‘온라인의 작은 문제’가 아니다.

2025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디지털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전체 피해 응답률은 2.5%로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특히 초등학생은 5.0%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다. 아직 사회적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아동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무방비로 상처를 입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책임을 묻는다. 주목할 점은 피해 유형의 변화다.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은 줄어든 반면,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폭력의 양상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실 안에서의 따돌림이 온라인 채팅방과 SNS로 이어지며, 피해자는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 모두에서 압박을 받는 이중고를 겪는다. 특히 사이버폭력은 흔적이 남고 확산 속도가 빠르며, 피해자가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조사 결과에서 가해자 관계를 보면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 가장 많았다. 이는 사이버폭력이 낯선 타인과의 갈등이 아니라, 일상적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피해 장소 역시 교실이 가장 많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결국 사이버폭력은 학교와 가정, 사회 전반을 연결하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는 학교에서 받은 상처를 집으로 가져오고, 집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다시 공격을 받는다. 이처럼 물리적·디지털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폭력은 더 이상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닌 행동이다. 학교는 예방 교육과 신고 체계를 강화해야 하고, 교사와 학생 간 신뢰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단순히 '폭력은 나쁘다'는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피해자가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자녀의 온라인 활동을 단순히 통제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윤리에 대한 대화를 통해 스스로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온라인 문화를 탐색하고, 올바른 사용 습관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 차원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법적 규제와 피해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을 때 비로소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이버폭력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문제다. 기술 발전이 인간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교육·정책·윤리의 삼박자가 맞춰져야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가해자의 행동을 제재하며, 방관자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시민의식이다. 방관자가 침묵하지 않고 개입할 때, 공동체는 폭력에 맞서는 힘을 얻게 된다. 결국 사이버폭력 근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성숙을 요구하는 과제다.
2025년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 던져진 경고장이다. 초등학생 10명 중 1명 가까이가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를 보여준다. 사이버폭력 근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는 '작은 문제'라는 안일한 인식을 버리고, 모두가 함께 책임을 나누어야 할 때다. 청소년의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더 깊어지고 세대 전체의 신뢰와 연대가 무너질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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