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소감축 늦추는 ‘볼록형 경로’, 헌재 결정과 어긋나는 것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위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민·전문가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배제한 ‘후기 감축형’(볼록 감축) 경로를 공론화위가 일방적으로 뒤집고 선택지에 포함하면서 숙의단 참여자 8명이 지난 25일 사퇴했다. 볼록형 경로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에 넘기는 것으로 2년 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정신과 정면 배치된다. 공론화위가 이 위헌성까지 포함해 시민대표단 숙의에 부치겠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이성과 숙의를 존중하지 않는 공론화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볼록형 경로는 숙의단 31명이 장시간 토론 후 찬성 18 대 반대 5의 압도적 다수 뜻으로 배제한 안이다. 그런데도 공론화위는 고집을 꺾지 않고 매해 일률 감축하는 ‘선형 감축’, 초기 감축 폭을 늘리는 ‘오목형 경로’와 함께 볼록형 경로를 선택지에 포함했다. 볼록형 경로는 현재 배출을 일정 기간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어 산업계가 지지하는 방안이라고 한다. 시민 운명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공론화위가 이처럼 자의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4년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향후 탄소감축 목표 설정 시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부합할 것,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기여할 것,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세 기준을 제시했다. 볼록형 경로는 이 모두에 어긋난다. 지난해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볼록형 경로는 파리협정의 ‘진전의 원칙’(목표 후퇴 불가) 위반에 해당한다. 국제사회 일원으로 책임과 의무조차 망각한 공론화위의 고집은 “폭넓은 선택지”를 이유로 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은 미래 시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만큼 현세대에 무한책임이 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면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 일도 아니다. 지난해 한반도에는 역대 최악의 산불·폭염·호우·가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시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미래에 생존 지혜를 전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못될망정, 인류 미래를 지운 솥단지 안 개구리가 되어선 곤란하지 않겠는가. 공론화위는 지금이라도 볼록형 감축 경로를 시민 선택지에서 배제하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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