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KBS청주 방송작가 부당해고"…세번째 같은 판단

김예리 기자 2026. 3. 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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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해고, 노동위 초·재심 이어 같은 판단
K 작가 "다른 방송노동자에 용기 되길…더 이어질까 걱정"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서울행정법원. 사진=미디어오늘

서울행정법원이 한국방송공사(KBS) 청주총국 방송작가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취소해달라는 KBS의 청구를 기각했다. 노동위원회 초·재심에 이어 법원도 해당 사건을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26일 오전 KBS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참가인(해고 작가)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KBS)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며 “K 작가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이고, 같은 이유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2월 KBS청주 라디오작가 K씨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KBS에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내렸다. K 작가는 지난해 11월 '프로그램 폐지'를 이유로 KBS청주로부터 '업무를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지난 13년간 프로그램이 종방해도 KBS 다른 프로그램에 배치돼 단절 없이 일해온 터다. K 작가는 자신이 명목상 프리랜서일 뿐, KBS 종속된 노동자로 일해왔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섰다.

KBS는 K 작가가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에 불과하다며 업무를 그만둘 것을 통보한 것이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라고 주장했다. KBS는 충북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재심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해 6월 '초심 유지' 판정을 내리며 K 작가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KBS는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재판부 “K 작가, KBS에 종속·편입돼…독립적 업무수행 아냐”

재판부는 “K 작가가 계약서에서 정한 업무범위를 넘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관한 부수적인 행정업무까지 함께 수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KBS가 K 작가에게 특정한 업무를 위임 또는 도급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K 작가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KBS가 그때 그때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판결엔 유기적 협업이 이뤄지는 방송제작업 특성상 K 작가가 지휘·감독 구조에 놓였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업무 특성상 K 작가가 담당한 원고 집필 및 프로그램 구성·기획업무는 다른 직원들의 업무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독립적으로 구성작가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사업조직에 편입된 상태에서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계속적인 노무를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K 작가가 상급자 지시에 따라 업무 수행한 사례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담당 PD는 K 작가에게 '출연진 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방송 참여의사를 확인해라, 중간 중간 깜짝 퀴즈내고 끝에 가서 상품권 주는 방식으로 코너를 구성해라, A 코너는 삶의 지혜와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B 코너는 다른 작가로부터 원고를 받아서 음악 깔고 녹음해라' 등과 같이 프로그램 구성·기획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없는) 부수적 행정업무 수행에 관해서도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도 했다.

“다른 노동자에 용기와 희망 되길”…KBS 세 번째 불복 하나

K 작가는 미디어오늘에 “벌써 1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거대한 방송사와 싸우는 일은 힘든 과정이었다. 그 사이 제 일상은 무너졌고 여러 얘기로 상처도 많이 받았다”며 “그럼에도 끝까지 연대해 주신 분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 싸움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더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어 걱정도 된다”며 “이번 판결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또 다른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측이 판결문 송달 뒤 2주 내로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은 확정된다.

미디어 비정규직 운동단체 '엔딩크레딧'은 성명을 내고 “KBS는 더 이상의 소송전을 멈추고 이번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 K 작가를 하루 빨리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KBS는 노동위 판정을 따르지 않아 이행강제금은 물론 이번 행정소송 비용까지 억대에 가까운 비용을 사용하면서까지 복직 결정을 무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것이 KBS가 말하는 수신료의 가치인가”라며 “공영방송답게 자사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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