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이근안 88세로 사망… 끝내 33억 배상도 사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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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절 '고문 기술자'로 악명 높았던 이근안 전 경감이 25일 88세로 숨을 거뒀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근안은 서울 모처에서 홀로 지내다 최근 건강이 악화돼 한 요양병원에 입원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관절 뽑기, 전기·물 고문 등 다양한 가혹행위를 일삼으며 허위 자백을 받아내 민주화 인사와 시민들 사건을 조작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김근태 전 의장을 고문한 사실 등으로 수사가 본격 시작되자 사표를 내고 잠적했고, 이후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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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련 사건' '김제 가족 간첩단 사건' 연루
출소 후에도 반성 않고 "애국이었다" 변명
유족·국가 손해배상 배상금 등 "재산 없다"

군사정권 시절 '고문 기술자'로 악명 높았던 이근안 전 경감이 25일 88세로 숨을 거뒀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근안은 서울 모처에서 홀로 지내다 최근 건강이 악화돼 한 요양병원에 입원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그의 요양을 도운 한 복지센터 관계자는 "전립선암이 있었고 신장도 아파 혈액 투석까지 했다"며 "멀쩡한 장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1년에 한 번씩 그를 찾아 왔다고 한다.
이근안은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으로 근무하며 강압 수사와 고문을 주도했다. 관절 뽑기, 전기·물 고문 등 다양한 가혹행위를 일삼으며 허위 자백을 받아내 민주화 인사와 시민들 사건을 조작했다. 1979년 남민전 사건, 1985년 김근태 민주화청년운동연합 전 의장 고문 사건 등을 만들어내면서 1986년엔 전두환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김근태 전 의장을 고문한 사실 등으로 수사가 본격 시작되자 사표를 내고 잠적했고, 이후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이근안에게 도피를 지시한 인물은 박처원 당시 대공수사처장으로 알려졌으며, 그는 고 박종철 열사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남긴 인물이다.
행방이 묘연했던 이근안이 다시 등장한 건 1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1999년 10월이었다. 그는 "최근 재판받은 동료들의 형량이 비교적 가벼운 걸 보고 심경의 변화를 느꼈다"며 자수했다. 이후 고문 및 불법 구금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7년·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2006년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에도 반성이나 사죄는 없었다. 2008년 돌연 목사가 된 그는 공개 간증이나 설교에서 과거를 반성한다고 입장을 밝혔을 뿐, 진정한 사죄는 없었다. 오히려 설교 도중 김근태 전 의장을 언급하며 "건전지 하나 들이대면서 겁을 줬더니 빌빌거리더라"며 비웃은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2012년 1월 대한예수교 장로회에서 최고 중징계로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이듬해 낸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고백'이라는 자서전에서도 "간첩과 사상범을 잡는 것은 애국이었다" "정치 색깔에 따라 애국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적었다.
그가 관여한 사건은 이후 피해자들 소송을 거쳐 조작으로 밝혀졌다. 김제 가족 간첩단 사건은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 인정됐고 법원은 국가와 유족에게 11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33억6,000만 원을 이근안에게 부담하라고 구상금 청구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이 액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 한 뒤 숨진 납북어부 고 박남선씨를 불법 연행하고 허위 자백을 받아낸 혐의도 인정돼 7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근안은 재산이 없다며 끝내 배상하지 않았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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