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이근안 사망…“죽음은 만행 지울 수 없다”

임재우 기자 2026. 3.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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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절 악랄한 고문 수사를 자행해 '고문기술자'로 이름을 떨친 이근안(88) 전 경감이 25일 사망했다.

이후 3년만인 1988년 12월21일 한겨레가 이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보도하면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씨가 관여한 공안 사건은 최근까지 고문으로 인한 조작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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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초대 민청련 의장을 고문한 이근안(가운데)씨가 1999년 11월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1988년부터 11년 가까이 도망 다니다 자수한 이씨는 7년의 실형을 살고 나온 뒤 목사로 변신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군사정권 시절 악랄한 고문 수사를 자행해 ‘고문기술자’로 이름을 떨친 이근안(88) 전 경감이 25일 사망했다.

26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이씨는 건강 악화로 입소해 치료를 받던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전날 숨졌다.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이었던 이씨는 고문 등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낸 이력으로 ‘고문기술자’라는 별칭까지 얻은 인물이다. 이씨는 1979년 남민전 사건 등 주요 공안 사건에서 고문을 주도했고, 1981년에는 ‘서울대 무림사건’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 표창을 받았다.

이씨는 1985년 9월 김근태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전기고문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김근태 의장의 변호인단이 고문 경찰들을 고발했으나, 이씨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아 고발장에는 ‘이름 모를 전기고문 기술자’로만 기재됐다. 이후 3년만인 1988년 12월21일 한겨레가 이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보도하면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1988년 12월 21일 한겨레신문 1면 기사의 일부.

그뒤 11년간 수배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는 1999년 자수했고, 고문·불법 구금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씨는 2006년 출소한 지 2년 만에 목사 안수를 받고 종교 활동을 했다. 이씨는 종교 활동 중 ‘과거를 반성한다’면서도 자신의 행위를 ‘애국’이라고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씨는 2010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이 일할 것”이라며 “당시 시대 상황에서는 ‘애국’이었으니까. 애국은 남에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별세한 뒤 이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이듬해 그가 소속됐던 교단은 이씨의 목사직을 박탈했다.

이씨가 관여한 공안 사건은 최근까지 고문으로 인한 조작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4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씨와 국가가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납북어부 고 박남선씨의 유족에게 총 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그는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나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가해자의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오랜 세월 고통을 견뎌온 피해자와 그 가족들께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근안의 사망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지키며,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올바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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