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물량 승부’에 나토 군사령관 “드론 200대 만들 때 우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 군 수뇌부가 유럽의 무기 생산 능력이 현대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이란이 보여준 폭격량에 견줘, 유럽의 대비 태세가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르피가로는 24∼26일(현지시각)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 군사학교에서 열린 방위·전략포럼에서 이런 우려가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피에르 방디에르 나토 동맹변혁사령부(ACT) 사령관은 25일 연설에서 미-이란 전쟁을 언급하며 “유럽은 자신들이 위기의 시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은 ‘충격의 시대’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새로운 적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겪은 일을 우리도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디에르 사령관은 프랑스군 해군 제독 출신으로, 나토군을 미래 전장에 맞게 개혁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가 미-이란 전쟁에서 ‘충격’ 받은 건 이란의 막대한 물량 공습 탓이다. 이란은 전쟁 이전까지 ‘샤헤드’ 자폭 드론을 최대 6000대 확보했으며, 전쟁 중에도 이를 계속 생산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샤헤드는 사거리가 1800∼2500km에 이르는 장거리 드론이다. 이란은 음속 15배 속도의 ‘파타흐’ 극초음속 미사일, 1t(톤) 넘는 탄두를 달고 2000km를 날아가는 케이바르 셰칸 등 비대칭 미사일 전력도 갖췄다.
걸프국과 중동 주둔 유럽군은 대공 미사일로 이들을 쏘아 맞히고 있다. 그러나 요격 미사일 가격이 적 미사일보다 비싼 데다, 생산 속도도 느리다. 방디에르 사령관은 서방이 패트리엇-3 지대공 미사일 하나를 만들 때, 이란이나 러시아는 탄도미사일 4발을 늘린다고 지적했다.
또 드론 요격용 공대공 미사일 AIM-120이나 AIM-9 한 발이 생산될 때, 샤헤드는 200기씩 쌓인다. 양쪽이 물량전을 주고받으면 서방 무기가 먼저 바닥날 수 있는 셈이다.
방디에르 사령관은 “유럽 대륙 영공을 방어하려면 패트리엇 포대가 지금보다 10배 더 필요하다”면서도, 지금 주문된 물량의 납품만 7년 걸린다고 지적했다.

나토군은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선보인 무기가 향후 전쟁에선 유럽을 향해 날아올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가 이란과 장거리 무기 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미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며 이란으로부터 샤헤드 드론 수천대를 수입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에 전용 공장을 지어, 매일 밤 우크라이나에 최대 800대를 날려 보내고 있다.
러시아·이란군은 드론 기술도 나눈다.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러시아군 샤헤드 잔해에선 이전 1년 내 이란에서 제작된 재밍(전자 신호 방해) 방지 장치가 탑재됐다. 지난 1일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 기지에서 요격된 이란군 샤헤드엔 러시아산 위성 수신기가 달렸다. 방디에르 사령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러시아가 폴란드 영공에 드론을 날려 도발한 이후로만 러시아군 드론은 다섯 차례의 성능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러시아는 드론을 더 멀리, 정확하게 날릴 지상 통제 기지도 짓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동유럽 우방인 벨라루스에 이런 기지 4곳을 확충했다고 최근 엑스(X)를 통해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는 물론 우크라이나 점령지에도 지상 통제 기지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라는 명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 올레흐 이바셴코에게 공개 가능한 데이터를 파트너 국가들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지는 드론을 목표 지점까지 정확히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조종자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드론을 날리도록 인터넷을 연결할 수도 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샤헤드를 쏘면 프랑스 동부까지 사거리가 닿는다. 방디에르 사령관은 “적들은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4년 전의 러시아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유럽 군 수뇌부는 유럽의 무기 생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션 클랜시 유럽연합(EU)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방위산업의)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 지원·생산·유지 능력이 전쟁 억지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에바 하슬룸 스웨덴 해군 중장은 “우리는 지금 당장 준비돼야 한다. 이는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해당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이는 국방비만 늘려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록히드마틴 같은 미국 공룡 방산기업과 달리 유럽 회사들은 정부 발주에만 맞춰 생산설비 등을 투자하는 데다, 유럽 군의 관료주의가 심해 의사결정 속도도 느리다고 르피가로는 꼬집었다.
여러 나라가 모인 유럽연합 특성상 너무 다양한 무기 체계를 운용하는 점도 신속한 생산에 발목을 잡는다. 주세페 카보 드라고네 나토 군사위원장은 “유럽은 여전히 170종의 무기 체계를 운용하는 반면 미군은 30종뿐”이라며 “이렇게 분절되면 (생산·운용) 비용이 증가하고 합동 운용이 어려우며, 납기를 지연시킨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투자 일상화’ 시대, 미래 불안해 뛰어들지만…자산 격차, 갈수록 ‘아득’
- ‘고문 기술자’ 이근안 사망…“죽음은 만행 지울 수 없다”
- “재고 있지만 장기화땐 의료 현장 혼란”…나프타로 만드는 ‘수액백’ 공급 빨간불
- 김현지·이성훈 등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 집 내놨다
- [단독] 안전공업 ‘기름 탓 바닥 미끄러움’ 8년 연속 지적에도 시정 안 했다
- “장동혁, ‘절윤 결의’ 걷어찼다”…‘윤 어게인’ 동조 박민영 대변인 재임명
- “안전공업 화재경보기 10~30초만 울려”…대피 골든타임 놓쳤다
- 인스타·유튜브 중독, 90억 배상받는다…미 법원 “SNS 책임” 첫 인정
- 서희건설 이봉관 “‘반클리프 아펠’, 보험용 선물…사위 비서실장 임명에 영향”
- 유지태 “100㎏ ‘한명회’ 소화하다…고지혈증·위염·대장염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