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작은 출판사 ‘곰단지’ 고군분투기[지역에 사니다]
월간지 <곰단지야> 100호 발간
척박한 출판 환경에서 지역 주제 다양한 책 펴내
“그동안 활동 통해 지역 콘텐츠 중요성 깨달았다”

'100'. 진주 지역에서 '곰단지'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문희(60) 대표에게 이 숫자는 특별하다. 고뇌, 인내, 뚝심 그리고 긍정적 성격으로 수년간 버팀의 시간을 거쳐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을 통해 다져진 단단함으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 같은 희망의 숫자이기도 하다.
지난 3일, 곰단지에서 내는 월간지 <곰단지야> 100호가 발간됐다. 창간 이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어려운 경영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이겨냈다. 정성 들여 쓴 글을 보내주거나 책을 기다리는 전국 후원자들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수도권 대형 출판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출판업계에서 지역 출판사, 특히 중소 도시인 진주의 작은 출판사는 늘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곰단지. 이름이 주는 의미처럼 이 대표와 닮은 듯하다.
발간 100호가 뜻깊기는 하지만, 큰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정기 구독이나 후원 회원 형태로 월간지를 발행하는데, 어려운 운영 여건 등을 고려하면 고민도 깊다.

2017년 12월 창간한 곰단지 출발지는 부산이었다. 당시 진주에서 살면서 편집장 역할을 했던 그는 2019년 회사가 진주로 옮긴 이후 이듬해 12월부터 대표를 맡았다. 그와 뜻을 함께하는 직원은 2명이다. 오랜 출판사 경력이 있는 성수연(53) 편집장과 디자인을 맡은 김슬기(28) 팀장.
곰단지는 전 대표가 지은 이름이다. 변화가 심한 현대사회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며 열심히 사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
"사회가 자주 바뀌고 변화가 심하지만, 그런 속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 얘기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미련한 사람을 '곰국'이나 '곰단지'라고 부르는 곳이 있는데, 부정적인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뭘 하거나 억지로라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뜻에서 꿋꿋하게 한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곰단지는 월간지 발행과 함께 매년 정기적으로 20권 정도 책을 낸다. 지역 기관이나 단체에서 의뢰하는 책까지 포함하면 50권 정도된다. 정기 신간은 주로 진주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와 역사, 인물 등을 주제로 엮어서 냈다.
정동주 선생의 <진주문화사 이야기>, 김경현 작가의 <진주 죽이기>와 <진주이야기 100선>, 남사예담촌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호신 작가의 <오늘, 청소년에게 띄우는 그림편지>, 남강의 풍경을 흑백 사진으로 담은 이덕환 사진작가의 <남강유람>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배건네 망경동을 그리다>, <서진아! 할머니 놀이터에서 놀자> , <떡집 순이 할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등 평범한 우리 이웃 이야기를 담은 책도 다양하게 냈다.
지금까지 낸 책 가운데 산청지역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인들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 이야기 서로에게 빛>이라는 책이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곰단지와 인연이 닿기 오래 전부터 그는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질긴 인연을 맺어왔다. 어릴적 건강이 좋지 않아 밖에서 노는 것보다 책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책은 늘 위안을 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고향이 충북 옥천입니다.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죠. 늘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시를 가까이 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책과의 인연은 결혼 이후에도 연결되며 삶의 한 축이 됐다. 진주의 한 아파트에 있는 작은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인 2008년에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책을 만드는 계기로 이어졌다. 논개를 주제로 한 <가락지>와 남명 조식 선생 이야기를 담은 <위대한 스승 남명 조식> 두 권의 그림책을 회원들과 함께 냈다.
"초등학교에서 정말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적어도 2000권 이상 판매했던 것 같습니다. 책이 발간된 이후 교육적으로 좋게 판단을 했는지, 경남도교육청이 요청해 일선 초등학교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상소문 등을 쓰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활동과 경험을 통해 지역 콘텐츠의 중요성을 더 깨달았다고 했다. 출판업계의 험지나 다름없는 지역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작은 출판사 대표이지만, 그의 꿈은 소박하지 않다. 경기도 파주처럼 지역에 출판단지를 만들어 지역 콘텐츠를 활성화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고 했다.
"서울에서 하지 못하는, 안 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지역 농부 이야기, 동네의 역사, 평범한 시민의 삶은 대형 출판사가 관심을 두기 어려운 영역이죠. 지역에서 시작해야 의미가 생기는 기록들입니다. 그래서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지역 콘텐츠는 확장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출판업계는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쇄물이 적다 보니 인쇄소가 문을 닫아서 파주 등에 의뢰해서 출판을 합니다. 앞으로 지역에 출판단지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허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