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 방 밖으로”…자립 사다리 놓는 지자체

인천=안재균 기자 2026. 3. 26. 17:3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회단절 극복 지원 확대
복지부, 배달앱 고립 자가진단 도입
인천·울산·충북·전북 센터도 운영
광주는 심층상담 통해 수백명 도와
경남, 창원 등서 맞춤형 지원 나서
부산선 관계회복 등 프로그램 가동
청년 구직자를 기다리는 빈 자리. 서울경제DB

30대 A씨는 방 안에만 머물던 시간을 끝내고 청년미래센터 문을 두드렸다. 1년 6개월간 취미 동아리에 발을 들인 끝에 올해는 직접 강사로 나서게 됐다. 도움받던 청년이 도움 주는 청년으로 바뀐 것이다.

26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사회와 단절된 청년을 찾아 연결하는 일이 지자체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취업 좌절, 관계 단절, 혼자 사는 청년의 증가가 맞물리며 고립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현상이 됐다. 정책의 첫 단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청년을 어떻게 발견하느냐’다.

보건복지부는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 사회보장정보망으로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배달 앱에 자가진단 문항을 심었다. 혼밥족이 많다는 데 착안해 주문 과정에서 고립 여부를 확인하고 지원으로 이어주는 방식이다.

인천·울산·충북·전북 네 곳에 들어선 청년미래센터는 상담부터 주거·일자리까지 한 지붕 아래서 돕는다.

인천청년미래센터는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함께 품는 전국 유일의 통합 거점이다. 2024년 복지부 공모에 뽑혀 미추홀구 인천IT센터 10층에 자리 잡았다. 가족돌봄팀과 고립·은둔팀 15명이 상주하며, 집 밖으로 나오길 꺼리는 청년에게는 직접 찾아가 상담한다.

센터는 고립 깊이에 따라 지원 단계를 나눈다. 진입 문턱에서는 고립·은둔 척도 검사와 심리상담을 거친다. 고립이 깊은 청년에게는 미술·도예·연극 치료로 마음의 문을 연다. 일상을 되찾으면 텃밭 가꾸기, 원데이 클래스, 동아리 활동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는 연습을 한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면 가상회사 체험, 진로 설계, 구직 훈련으로 사회 진입을 돕는다. 고용노동부 청년도전지원사업, 일경험 프로그램과도 손을 잡았다.

‘나를 회복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역할을 확장한다’는 세 박자가 뼈대다.

조대흥 인천사회서비스원 원장은 “지난해 이용자가 다시 오고, 새로운 청년도 들어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2019년 전국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해 지자체 지원 사업의 뼈대를 가장 먼저 세운 광주광역시는 다년간 누적된 개인별 심층 상담과 대인관계 활동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백 명의 일상 회복을 이끌어내고 있다.

경상남도는 창원·통영·김해·양산 네 곳에서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2024년 실태 파악 뒤 지난해 창원·통영에서 시범 운영해 67명을 찾아내고 430차례 상담·관리를 이어갔다. 올해는 시군 공모를 거쳐 네 도시로 판을 키운다. 7년간 방 안에 갇혀 지내다 빠져나온 안현수 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당사자의 눈높이를 더한다.

울산청년미래센터 내부. 사진제공=울산시

부산시는 청년미래센터 국비가 하반기에 풀릴 것으로 보고 자체 사업을 먼저 확대했다. 부산사회서비스원은 복지관 다섯 곳과 손잡고 발굴·돌봄·관계 회복 등 다섯 갈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얼마 전에는 부산지방우정청과 복지우편 협약을 맺었다.

울산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소규모 동아리를 올해 정식 봉사단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도움을 받던 청년들이 타인을 돕는 주체로 나서며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또 울산시는 LH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해 가정과 분리가 필요한 청년들에게 공동생활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새롭게 편성된 예산을 바탕으로 지역 내 병원 및 대학 등과 협력망을 구축하는 등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녹록지 않다. 온라인 중심의 발굴로는 방 깊숙이 숨은 청년에게 닿기 어렵다. ‘고립·은둔’이라는 딱지가 오히려 참여를 막기도 한다. 전문 인력 부족,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인프라 격차, 단기 실적에 쫓기다 다시 문을 닫는 청년도 과제로 남았다.

임문진 인천청년미래센터장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손잡고 동네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게 핵심”이라며 “장학재단·복지재단과의 연계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인력이 버틸 만하지만 수요가 늘면 조직 재편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안재균 기자 ajk@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