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유튜브 중독, 90억 배상받는다…미 법원 “SNS 책임” 첫 인정

정유경 기자 2026. 3.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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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소셜미디어의 '중독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구조의 중독성을 인정한 것으로, 확정될 경우 소셜미디어 구조와 운영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6살 때 유튜브에, 9살 때 인스타그램에 중독됐다는 이 여성은 무한 스크롤, 동영상 자동 재생, 알고리즘 추천, 인정을 갈구하게 하는 '좋아요' 버튼 등이 중독으로 이끌어 소셜미디어를 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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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콘텐츠 아닌 플랫폼 자체 해로워”
틱톡·스냅챗까지 추가 소송 수천건 예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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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소셜미디어의 ‘중독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구조의 중독성을 인정한 것으로, 확정될 경우 소셜미디어 구조와 운영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민사재판 배심원단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중독성 높게 플랫폼을 설계하고 이를 알리지 않아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중대한 해를 끼쳤다고 평결했다. 메타는 손해 배상금과 징벌적 손해 배상금을 합쳐 420만달러(약 63억원)를, 구글은 180만달러(약 27억원)를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 재판은 ‘케일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스무살 여성이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이 담배나 카지노처럼 중독성 강한 제품을 만들어, 불안 증세와 우울증을 유발했다며 소송을 내 시작됐다. 6살 때 유튜브에, 9살 때 인스타그램에 중독됐다는 이 여성은 무한 스크롤, 동영상 자동 재생, 알고리즘 추천, 인정을 갈구하게 하는 ‘좋아요’ 버튼 등이 중독으로 이끌어 소셜미디어를 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10살 무렵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해를 시도했다. 외모를 바꿔주는 인스타그램 ‘필터’ 기능을 쓰면서, 13살 땐 심리치료사로부터 자신의 실제 외모에 문제가 있다고 착각하는 신체이형장애와 사회공포증 진단을 받았다.

이번 평결에서 메타가 구글보다 2배 이상 배상금을 무는 데는 원고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 훨씬 많았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법정에서 보인 증언 태도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제3자)가 올린 콘텐츠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하는 조항(미 통신품위법 230조)을 근거로 유해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해왔는데, 이번 평결은 콘텐츠가 아닌 중독을 유발하는 플랫폼의 설계 방식 자체가 유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소송을 1990년대 담배의 중독성을 인정해 담배 회사에 책임을 물은 ‘담배 유해성 소송’과 비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평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들이 담배 회사나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와 같은 범주에 속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의 로고를 보여주는 아에프페(AFP) 통신의 자료사진.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1심 법정에서 배심원단은 메타와 유튜브가 중독적인 플랫폼 설계로 한 젊은 여성에게 해를 끼친 점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AFP 연합뉴스

현재 10대 청소년과 주 정부, 교육청 등이 인스타그램(메타)과 유튜브(구글), 틱톡(바이트댄스), 스냅챗(스냅) 등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상대로 낸 수천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번 평결로 거액의 합의가 이뤄지고, 추가 줄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6월엔 켄터키주 교육청이 이들 플랫폼을 상대로 업무 방해 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재판도 예고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평결은 소셜미디어나 앱이 개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새로운 법리를 입증했다”며 “올해 이어질 비슷한 다른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회사들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식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최근 소셜미디어 기업에 엄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 전날 미국 뉴멕시코주 1심 형사재판의 배심원단은 메타가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착취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함으로써 불공정거래방지법을 위반했다며 3억7500만달러(약 5650억원)의 벌금을 물린 바 있다. 뉴멕시코주 검찰이 직접 미성년자로 가장해 위장 수사를 진행해, 실제로 성착취 메시지가 아동에게 전송되는 과정을 증거로 제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두 재판은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는 같다. 뉴멕시코와 캘리포니아 재판 모두 플랫폼 알고리즘의 문제와 아동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두달 가까이 이어진 캘리포니아 재판은 자녀의 죽음이 소셜미디어 사용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피해 부모들이 모여들며 화제가 됐다. 재판 방청 및 법원 앞 항의 시위를 이어온 부모들은 이날 평결 이후 “부모를 탓하는 것을 그만두라”며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엄격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타 대변인은 “청소년 정신 건강은 매우 복잡하고, 특정 앱 하나와 연관지을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구글도 항소하기로 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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