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본인은 팔고, 가족은 샀다···감시망 벗어난 '우회 투자' 활개

이상무 기자 2026. 3.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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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자녀 명의 국채·금·빅테크주
백지신탁 의무, 본인 주식만 겨냥
가족 자산은 20년째 무풍지대 현실
정무위 소관 분야도 직접 보유해
국회의원 재산공개 (PG)/연합뉴스

규제의 칼자루를 쥔 국회의원들이 본인 명의 주식을 정리하는 사이,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국채·금·미국 빅테크 주식을 조용히 사들이고 있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숨은 '가족 투자'가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새로운 허점으로 부상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26년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2025년 12월 31일 기준)를 전수 분석한 결과 일부 의원들의 정책 민감 자산들이 광범위하게 축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백지신탁 제도가 고위공직자 '본인'의 직무 관련 주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가족을 통한 우회 투자는 사실상 감시 공백 속에 방치돼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 거시경제·환율·금리 정책을 직접 총괄했다. 그의 배우자는 브라질 국채 27만2000주, 약 6784만원어치를 현재 보유 중이다. 국채는 금리와 환율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이다. 그 정보의 최정점에 있었던 인물의 배우자가 하필 그 자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정보의 최정점에 권력

최은석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의 배우자는 최근 국제 정세 불안 속에 가격이 수직 상승한 금 24K 137g, 약 2800만원어치를 신규 매입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에 달한 시점에 이뤄진 매입이라는 점에서 시장 흐름을 읽는 눈이 어디서 왔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자녀들의 해외 주식 보유는 우량주에 쏠려있다. 김주영 의원의 차남은 엔비디아와 구글 관련 알파벳A를, 문진석 의원의 장남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보유 중이다. 문정복 의원의 장녀는 엔비디아를 투자했다. 박해철 의원의 장남 역시 엔비디아와 알파벳A 등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들의 투자 행보도 거침없다. 김건 의원의 배우자는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를 대거 보유했고 서천호 의원과 박희승 의원의 배우자 명의 자산에도 테슬라가 포함됐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직무 관련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해당 공직자 본인에게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명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2006년에 만들어진 채 단 한 번도 손질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의원들의 자산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20년 동안 법의 잣대는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배우자와 자녀 명의의 자산은 재산 공개 의무 대상이긴 하지만 직무 관련성 심사나 매각 명령의 사정권 밖에 놓여 있다.
국회 재산신고(CG) /연합뉴스

본인 명의도 '이중 허점'

의원들 본인의 포트폴리오 역시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삼성전자 주식 3만6000주, 43억1640만원어치를 본인 명의로 신고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삼성전자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회사 요청으로 매입한 것으로, 1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거래한 적 없는 '상징적 자산'에 가깝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금융 정책을 감시하는 박홍배 의원은 KB금융지주 보통주 158주를 보유하다 일부를 매도해 현재가액 1970만원을 신고했다.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남근 의원은 금융당국의 직접 심사 대상인 스팩(SPAC) 주식 위주로 2억4809만5000원 규모를 굴리고 있다. 유동수 의원은 쿠팡 2000주(6769만8000원)을 신고했다.

비상장주식 문제는 한층 더 불투명하다. 박수민 의원은 본인이 창업한 아이넥스코퍼레이션과 레이아이 등 다수의 비상장주식을 포함해 약 19억1795만2000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은 공시 의무가 없는 데다, 의원의 입법 활동이나 규제 완화 한 마디에 기업 가치가 폭등할 수 있어 상장주식보다 훨씬 높은 이해충돌 위험을 내포한다. 그러나 가치 평가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채 감시의 사각에 방치돼 있다.

공개 됐지만, 막히지는 않는다

공직자윤리법은 직무 관련성 여부를 개별 심사를 통해 사후 판단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공개된 수치만으로 법적 위반을 단정 지을 수 없다. 드러나도 막히지 않고, 공개돼도 바뀌지 않는 구조다. 재산 공개가 이해충돌 방지 수단이 아니라 면죄부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의 칼날을 설계하는 손이 그 칼날이 향하는 기업의 주주이기도 하고, 그 가족이 시장 민감 자산을 쌓아가는 동안 법은 뒤처져 있다. 2006년에 멈춰 선 백지신탁 기준이 2026년의 현실을 비웃는 모습이다.

☞정무위원회=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소관으로 하며 은행·증권·보험 정책과 대기업 규제,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질서 확립 관련 법안을 심사한다. 경제 권력과 시장 질서를 직접 다루는 만큼 이해충돌 논란이 자주 제기되는 위원회로 꼽힌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