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한 달에 한국 경제 충격…더 길어지면 2% 성장률 달성 위험[뉴스분석]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종전 양상을 띠지 않으면서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 악재는 금융시장과 에너지 공급망 충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실물경기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나프타 수출 통제, 다음주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제출 등을 26일 발표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져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에너지 공급망이다. 중동 내 주요 에너지 인프라 피해와 ‘세계 에너지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전운이 감돌기 전이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브렌트유(영국 ICE선물거래소 종가 기준)는 지난해 12월 16일 58달러 수준이었으나 2월 28일 개전 직후 수직으로 상승해 지난 12일 100달러 선을 단숨에 돌파했고, 20일 112.1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100달러를 넘겨 거래되고 있다.
금융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가 사실상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6307.27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도 이날 5460.46을 기록, 한달새 13% 가량 빠졌다.
에너지와 금융 시장 위축이 최근에는 실물 경기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운송차질과 물류비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프타·요소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상 경제대응 체제를 가동하며 전방위적인 방어막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날 정부는 석유가격 최고가격제 2차 지정과 함께 유류세를 인하를 통해 에너지발 물가 상승 압력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민생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25조원 규모의 추경안도 31일 국회 제출하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채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5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도 진행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계기로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 순상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추경을 통한 국채 순상환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관건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전쟁이 끝나지 않고 길어지면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질 우려가 크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인 셈이다. 최근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3개월 이어지면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1년간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중동 사태 장기화는 물가·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기업·부동산 등 부문별 양극화,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 확대·장기화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우리 경제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물가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이 모두 높아진 복합적인 도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취약부문의 자금조달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외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구입비가 연간 150조원에 달하는 구조에서 전쟁이 조기 끝나더라도 원자재 수급 차질과 투자 지연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2%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유가 급등으로 물가는 오르면서 가벼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정부가 유가 급등으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수급 다변화 전략도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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