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재즈에 멈추지 않는 기립박수…‘재즈 거장’ 윈튼 마살리스의 내한공연 현장

“여러분들을 위해 공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첫 곡은 ‘멘디소로차 스윙’입니다.”
무대 위 조명이 켜지고, 가지런히 놓인 보면대와 의자 사이로 회색 정장을 차려입은 연주자들이 하나둘 입장한다. 갈색 구두에 줄무늬 넥타이까지 맞춰 입은 단원들은 ‘밴드’라기보다 ‘오케스트라’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짧은 인사 후 시작한 첫 곡은 라틴계 축제에서 흐를 법한 스윙 재즈곡이다. 시작부터 정교하게 들어맞는 연주는 일순간 공연장을 숨죽이게 했고, 그 뒤로 이어지는 윈튼 마살리스(65)의 트럼펫 솔로 연주는 공연장의 적막을 깨는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LG시그니처홀에서 열린 <윈튼 마살리스&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공연은 미국 재즈를 대표하는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윈튼 마살리스라는 거장의 이름에 걸맞게 웅장한 스케일로 진행됐다. 마살리스가 음악감독으로서 이끄는 ‘재즈 앳 링컨센터 오케스트라’(이하 JLCO) 단원 15명 전원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 내내 드럼, 베이스, 피아노, 12대의 금관악기가 빚어내는 즉흥연주와 합주가 관객들을 압도했다.

이날 공연에선 앙코르곡을 포함해 11곡이 연주됐다. JLCO는 ‘투-스리즈 어드벤처’나 ‘범프, 세트, 스파이크’같은 신나는 스윙이 강조되는 곡들은 물론 ‘베어든’ ‘슬립워커스 세레나데’ 등 로맨틱한 블루스 음악, ‘댄스 넘버 파이브’ ‘우넴바자’와 같이 아프리카 전통 리듬을 다룬 곡까지 선보였다. 즉흥 연주가 두드러지는 재즈 연주 특성상 익살스러운 장면이 연출 되기도 했는데, ‘베어든’을 선보일 때는 마살리스가 직접 노래를 불러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마살리스의 관객 친화적인 진행이 돋보였다. 모든 연주를 시작하기 전 곡명과 원곡자, 편곡자를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매곡 마다 솔로 연주를 한 단원을 호명하며 관객과 인사토록 했다. 공연이 마무리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무대를 향해 길고 긴 기립박수를 보냈다.

1961년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마살리스는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웠다. 17세에 줄리아드 음악원에 입학해 클래식을 공부했고, 전설적인 재즈 밴드 ‘아트 블레이키 & 더 재즈 메신저스’ 합류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9회에 걸쳐 그래미상을 받았는데, 특히 1983년과 1984년에는 그래미 재즈와 클래식 부문을 동시에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1997년에는 앨범 <블러드 온 더 필즈>로 재즈 장르 최초로 퓰리처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마살리스는 클럽과 길거리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재즈를 규격화하고, 재즈를 일종의 ‘새로운 클래식’으로 격상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전통 뉴올리언스 재즈가 팝, 록의 변주와 만나 변형하던 1980년대, 마살리스는 변주보다 전통을 지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 1987년 클래식의 전당이었던 링컨센터에 재즈 공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JLCO를 상주 오케스트라화 했다. 이후 줄리아드 음대에 재즈 학과를 신설해 학과장을 맡는 등 재즈를 교육하는 데 이바지했다.
마살리스는 2027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약 40년간 이어온 JLCO의 음악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지난 1월 밝혔다. 때문에 이번 공연은 ‘마살리스표 JLCO’를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재즈 팬의 관심을 모았다. 마살리스와 JLCO는 26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한국 관객을 만난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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