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北 비핵화 위해 “美는 北과 수교, 중·러는 대북 안전보장 제공하는 다자 모델 필요”

김민서 기자 2026. 3. 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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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합의 위반 시위반시 강력한 군사·외교적 이중 스냅백 체계도 병행”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북미 수교로 협상 입구를 열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다자가 참여하는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26일 경남 극동문제연구소 주최 통일전략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같은 연구소의 이병철 북핵연구센터장, 백승혁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조병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 박정진 경남대 특임부총장,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상현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안보연구실장, 노규덕 한라대 초빙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제공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26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통일전략포럼’에서 “비핵화 협상의 핵심 동력인 경협 카드는 효용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과 중·러의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교수의 아이디어는 우선 미국이 주한미군 성격을 기존 ‘대북 억제 전력’에서 ‘동북아 안정자’(regional stabilizer)로 진화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북한에는 체제 전복 위협을 낮추는 안전 보장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미국에는 대중 견제와 역내 세력 균형 유지를 보장하는 방안이라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북한의 실질적 핵 동결과 국제사찰 수용에 상응해 한미연합훈련 강도를 조정하고 전략 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중단하되 북한의 합의 위반 또는 기만 시 즉각적으로 압도적인 전개 능력을 복원하는 강력한 스냅백 기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외교적 차원에서도 북미 간 단계적 외교적 정상화를 추진하되 스냅백 기제를 적용해 연락사무소 개설부터 대표부 승격, 정식 수교에 이르는 모든 과정과 북한의 비핵화 이행 수준을 연동시켜 약속 이행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검증 과정에서 미신고 시설이 발견되거나 핵물질 반출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다. 조 교수는 “스냅백은 불신이 깊은 협상 당사자들을 테이블에 묶어두는 강력한 안전벨트 역할을 한다”며 “상호 가역적 장치가 전제될 때만 북한 비핵화의 입구를 열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북·미 간 직거래 과정에서 남한 배제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한미 공동의 대북 안보 제안’ 형식을 취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정부가 주한미군 운용 변경 등 경성 안보 카드를 미국과 공동으로 제시해 북한이 남한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을 ‘한미 공조’라는 벽으로 가로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가 제시한 방안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 포기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실체적 확장억제’로 메워주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로 비핵화 협상의 출구를 맡는 대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그 출구를 잠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모델을 준용해 중국과 러시아가 비핵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리적·법적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는 경우 대북 경제제재 복원을 넘어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중·러의 자동적 제재 동참 및 안전보장 철회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스냅백 시스템으로 통제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을 지낸 백승혁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한미 양국의 군사 및 핵 전문가 이외에 중·러 전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함께 참여하는 ‘한반도 군사·핵 검증 공동위원회’라는 다자검증 체계를 제안했다. 백 연구위원은 “위원회의 내부 의사결정 방식은 만장일치제 대신 스냅백이 북한의 중대한 합의 파기에 대응하는 즉각적 억제조치라는 취지에 맞게 중·러가 자의에 의해 판단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자 검증 과정에서는 검증 과정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과거 실패한 방식인 북한에 검증 인력이 직접 들어가는 방식보다는 무인 원격 감시 체계 등 기술적 통제장치를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해안포 진지, 감시초소 철수 구역, 핵 시설 동결 지점 등에 접근 감지 센서와 봉인 감지 장치, 방사선 측정기, 고해상도 CCTV 등을 설치하고 그 데이터를 상시로 수집·전송해 공동검증위가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백 교수는 “북한의 남포나 원산 앞바다에 국제 컨소시엄 혹은 다자검증공동위가 직접 통제하는 발전선을 배치하고 이를 해저 송전 케이블을 통해 북한 내부 전력망과 연결하는 방식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며 “북한이 방사능 수치 상승 등 미신고 핵활동이 감지되거나 중대한 합의 위반이 데이터로 감지되는 경우 어떠한 안보리 소집이나 주변국의 정치적 개입 없이 발전소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해저 케이블의 송전 스위치가 자동으로 차단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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