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韓 토큰증권, 중앙집중적 관리로 글로벌 고립 우려

전시현 기자 2026. 3.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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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블록체인 개방…국내 '디지털 갈라파고스' 우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토큰증권 법제화 이후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와 제도적 과제' 세미나에서 민병덕 국회의원(왼쪽에서 다섯번째)과 발제자,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시현 기자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토큰증권 법제화가 완료됐지만 한국만 세계 흐름에서 벗어나 '디지털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독일과 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증권 발행을 허용한 반면 국내는 복층 구조와 중앙집중적 관리에 묶여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큰증권 법제화 이후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와 제도적 과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 민병덕 의원 "비상장·부동산·콘텐츠 투자 길 열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 의원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민 의원은 "토큰증권은 단순히 증권의 형식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연결되는 방식을 바꾸는 변화"라며 "자본시장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변화"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자본시장은 상장이라는 하나의 문을 통과해야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지만 토큰증권은 시장으로 들어오는 경로 자체를 넓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토큰증권이 가져올 변화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자본조달 방식이 다양해지며 상장 이전의 기업과 실물자산, 콘텐츠 등 그동안 시장에 올라오지 못했던 자산들이 자본시장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또한 투자자의 참여가 확대되어 더 많은 국민이 다양한 자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열린다.

▲ "韓 기존 틀 고수하면 자본 해외로 빠져나가"

아울러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국내와 해외의 구분이 완화되고 한국 기업이 세계 자본과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민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국내 자산을 토큰화해 해외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이 기존의 틀에 머무른다면 자본은 더 열린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시장은 기술로 열리지만 신뢰로 유지된다"며 투자자 보호와 공시, 유통시장 질서, 자금세탁방지, 외환·세제·감독 체계 등 기본이 갖춰질 때 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독일 지멘스, 블록체인 채권 수백억 발행 성공

이날 김상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환영사에서 "토큰증권 법안이 3년 이상 미뤄지면서 그사이 급변한 글로벌 산업 및 규제 동향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독일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은 이미 전자증권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정형증권까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는 단층 장부를 인정하고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혁신을 수용한 결과 지멘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수백억원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며 "반면 우리의 현행 제도는 복층 구조와 중앙집중적 관리에 머물러 있어 자칫 우리 시장만 세계적 흐름에서 도태되는 디지털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큰증권 세미나에서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큰증권의 제도적 안정성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제언'을 발표하고 있다./전시현 기자

▲ 건국대·법무법인 광장 등 전문가 4명 발제

이날 세미나에서는 네 건의 발제가 진행됐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큰증권의 제도적 안정성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토큰증권 제도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국내 STO입법 현황과 향후 정비방안'을 통해 현행 법제의 구체적 내용과 보완 과제를 분석했고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해외 토큰증권 규제와 사례'를 발표하며 주요국의 입법 사례와 시사점을 소개했다.

이어 이승준 벤처시장연구원 변호사는 '글로벌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토큰증권 인프라 설계 방향'을 주제로 기술적 구조와 국제 표준 연계 방안을 제안했다.

발제 이후에는 김병연 교수가 좌장을 맡아 '정책 보완 및 시행령 반영 전략'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이용준 사무관과 금융연구원 이정두 박사, 주식회사 코드 이성미 대표이사가 패널로 참여해 발제자들과 함께 토큰증권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 협회 "기능 중심 규제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토론에서는 기능 중심의 유연한 규제 환경 조성과 글로벌 상호운용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협회는 "기술적 구조를 옥죄는 규제가 아닌 기능 중심의 유연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여 블록체인 본연의 혁신성과 글로벌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만 국내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협회는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될 심도 있는 분석과 정책 제언이 우리 토큰증권 생태계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확신한다"며 "협회 역시 국내 블록체인 및 토큰증권 산업의 건강한 발전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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