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트럼프 원하는 그림은 성조기 꽂힌 호르무즈 섬, 악수 나누는 협상대표단, ‘미국이 또 이겼다’는 헤드라인”
기고문 ‘미국·이란 전 전황분석’서 분석
“상륙강습단·해병대·공수수단 집결은 질적으로 다른 작전 옵션 테이블”, “항모 중심의 원거리 폭격전에서 근접 강압 작전으로 변화”

마이크 타이슨은 말했다.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번역하면 ‘누구나 계획은 있지만, 한 대 맞으면 달라진다.’
이 말은 ‘전쟁론’의 저자인 군사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쟁에서 마찰 요소를 지적한,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다. 경기 전 아무리 정교한 전략을 짜도, 막상 상대의 주먹이 턱을 강타하는 순간 그 계획은 산산이 흩어진다. 진짜 실력과 진짜 의지는, 그 순간 이후에야 비로소 드러난다.
2025년 봄, 중동의 하늘은 그 말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막강한 공군력과 순항미사일을 앞세워 이란을 타격했다. 개전 초기 계획은 단순했다. 압도적인 공중 폭격으로 이란의 군사력과 핵 시설을 무력화하고, 테헤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협상은 없다”고 선언하며 버티고 있다. 트럼프의 계획은 틀어져버렸고 이란에 한 대 맞았다.
그렇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더 세게 때릴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꺼낼 것인가? 아라비아해에 집결 중인 항모전단과 상륙강습단, 그리고 특수전 부대의 움직임이 그 답을 암시하고 있다. 이 칼럼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군사전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끝에서 트럼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전쟁이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백 차례의 공습을 통해 이란의 군사 지휘부를 타격하고, 핵 시설을 폭격하고, 미사일 기지를 무력화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작전의 핵심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미국 언론에는 이란 군 수뇌부의 대거 사망 소식이 전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전쟁의 현실은 달랐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국영TV를 통해 단호히 선언했다. “현재 우리의 정책은 지속적인 저항이며, 우리는 협상할 의사가 없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중재국으로 내세워 전달한 15개 항목의 종전 제안서(핵 능력 해체, 미사일 수량 및 사거리 제한, 역내 대리 세력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에 대해 이란은 공식 거부를 선언했다. 오히려 이란은 역(逆)으로 5개의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완전 중단, 전쟁 재개 방지 메커니즘 구축, 전쟁 피해 배상, 헤즈볼라와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공격 중단,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란의 거부는 단순한 외교적 허세가 아니다. 아라그치 장관의 발언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는 어떤 나라도 이슬람 공화국을 도발할 수 없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줬다.” 이란은 굴복이 아니라 저항의 상징성을 선택했다. 폭격을 맞으면서도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초 설정한 작전 기간은 ‘4~6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주말이면 4주차에 접어든다.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 아니다. 공습만으로 이란을 꺾을 수 없다는 현실이 분명해지는 가운데, 워싱턴은 다음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공중전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미군의 움직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 중동에는 이미 항모 2척이 배치돼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조지 부시 항모전단이 현장으로 급파됐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항모가 아니다. 바로 상륙강습단의 움직임이다.
제31해병원정대(MEU)를 탑재한 트리폴리 상륙강습단은 이미 아라비아해 부근에 거의 도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캘리포니아를 출항한 박서(Boxer) 상륙강습단이 현장을 향해 기동 중이다. 두 상륙강습단이 합류하면 해병대 약 5000명 병력이 아라비아해에 집결하게 된다. 이에 더해 약 1000명의 미 육군 82공수사단의 신속대응 전력도 작전 현장으로 급파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상륙강습단은 공습을 위한 자산이 아니다. 이들은 해안 거점을 장악하고, 섬을 점령하며, 적 후방을 교란하는 데 특화된 전력이다. 신속대응 전력인 특수전 부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존재는 전쟁의 성격이 항모 중심의 원거리 폭격전에서 근접 강압작전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작전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행위다.
물론 이것이 곧 전면적인 대이란 지상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지상전의 수렁에 빠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더 정교하고, 더 가시적이며, 더 선명한 그림이다.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한 붓으로, 해병대와 특수전 부대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무게
아부 무사, 대툰브, 소툰브 3개 섬이 다음 타깃
트럼프의 다음 카드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호르무즈 해협이 왜 이 전쟁의 핵심 지렛대인지를 알아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곳은 약 33km에 불과하지만, 세계 원유 해상 교역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의 원유 수출이 모두 이 목줄 하나에 달려 있다. 이 해협이 막히는 순간, 세계 에너지 시장은 즉각 패닉 상태에 빠진다.
이란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강경하게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된 것이 아니라 적에게만 닫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적과 그 동맹국 선박의 통과를 허용할 이유는 없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무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를 전략적 자산으로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미국 입장에서는 바로 그 해협을 압박 도구로 활용할 유인이 커진다. 이란 경제는 원유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미국이 장악하거나, 해협 인근의 전략적 섬을 점령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공습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적인 목줄을 틀어쥔 교살전략이 된다. 폭탄은 건물을 부수지만, 해협 봉쇄는 국가의 숨통을 조인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이란이 실효 지배하는 아부 무사, 대툰브, 소툰브 세 개의 섬이 있다. 이 섬들은 해협의 병목 지점에 위치하며, 선박 항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군사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이 섬들에 군사 시설을 구축해 왔으며, 유사시 기뢰 부설과 미사일 발사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섬들이 트럼프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섬 점령 뒤 승리선언 후 휴전 선언
이란은 원유 수출 전면 차단,경제 질식 공포
정치분석가 엘리야 매그니어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핵심을 찔렀다. “트럼프처럼 정치적·심리적 이득을 추구하는 인물에게는 패자와 승자가 필요하다. 전면적인 침공이 아닌, 화려하고 위험 부담이 적으며 가시성이 높은 작전을 통해 현 상황의 균형을 확실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그가 제시한 구체적 시나리오는 이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작은 섬을 점령한 뒤 승리를 선언하고, 즉각 휴전을 선언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군사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제31해병원정대와 박서 상륙강습단이 가진 능력은 정확히 이러한 작전에 최적화돼 있다. 소규모 섬에 대한 신속한 상륙작전은 수천 명의 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 82공수부대가 선제적으로 거점을 제압하고, 해병대가 이를 확보하는 방식이라면 수 시간 내에 작전 완료가 가능하다. 전략폭격기와 항모 함재기가 공중을 장악한 상태에서 이란이 즉각적인 반격을 감행하기도 쉽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전의 강압적 효과다. 강압전략(Coercive Strategy)‘의 핵심은 상대를 직접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계속 저항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호르무즈의 섬 하나를 미군이 점령하는 순간, 이란 지도부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이대로 가면 원유 수출이 전면 차단되고, 경제는 질식할 것이라는 공포가 협상 의지를 만들어낸다. 폭탄 백 발보다 해협 입구에 꽂힌 성조기 하나가 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란이 이를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의 비대칭 전력(소형 고속정, 기뢰, 드론, 미사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의 압도적인 공중 지원과 해군력 앞에서 이란의 비대칭 전력이 작전 자체를 저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란의 반격은 미국에게 추가 공습의 명분을 제공할 뿐이다. 트럼프는 바로 그 명분도 기꺼이 활용할 수 있다.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와야 한다. 트럼프는 이 전쟁에서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이란의 완전한 군사적 붕괴인가? 핵 프로그램의 영구적 해체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정권 교체인가?
현실주의적으로 분석하면,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그중 어느 것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결과보다 서사(narrative)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국민과 세계를 향해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할 수 있는 그림, 즉 승리의 이미지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롭 가이스트 핀폴드는 알자지라에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이 이란 해군을 폭파하고 군사력과 핵 시설을 파괴한 충격적인 사진을 모두 활용해 승리로 포장할 수 있다. 지금이 전쟁을 끝내기에 좋은 시기일 것이다.”
백악관의 행보는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작전이 예상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으며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언급했디. “작전의 핵심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는 표현은 사실상 종전 선언을 위한 사전 포석이다. 트럼프도 “이란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는 발언으로 이미 부분적인 승리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트럼프가 토요일인 오는 28일 이란과의 휴전을 발표할 가능성을 이스라엘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틀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의 발언도 나왔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협상의 세부 내용이 아니라, 휴전 선언이라는 행위 그 자체다. “내가 전쟁을 끝냈다”는 한 줄의 트윗이 그가 원하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다.
“트럼프 원하는 건 완벽한 타결 아닌 양측이 각자 패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출구 명분”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는 중대한 변수가 존재한다.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NPR에 “이스라엘군은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이란과의 전쟁을 몇 주 더 지속하고 싶어 한다. 전술적·전략적 차원 모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완전한 승리는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의 ‘5일간 공격 유예’ 발표 이후에도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했으며, 이란의 무기 생산을 마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48시간 집중 공격 작전’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계산은 단순하다. 트럼프가 선언하는 휴전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 중단을 의미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적대관계는 그대로 남는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이란의 역내 대리 세력이 건재한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미완성의 결말이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에게 “졸속 협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전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킹스칼리지의 핀폴드가 지적했듯, 미국이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면 이스라엘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동참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막강하지만, 미국의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지원 없이 이란과의 전쟁을 단독으로 지속하는 것은 이스라엘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결국 트럼프가 종전을 선언하는 순간, 이스라엘은 독자적 전쟁 지속과 미국과의 관계 악화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협상 지형 역시 복잡하다.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협상은 없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메시지가 오가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 스스로도 “메시지가 오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협상 타결이 아니라 양측이 각자 ‘우리가 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출구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하고, 이란은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쟁이 멈추는 구조. 그것이 트럼프가 설계하려는 그림의 실체다.
전쟁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때로 현실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폐허가 된 이란의 도시 사진이 아니다. 성조기가 꽂힌 호르무즈의 섬, 악수를 나누는 협상 대표단의 모습, 그리고 “미국이 또 이겼다”는 헤드라인이다. 그 그림 하나를 위해 항모 3척, 상륙강습단 2개, 82공수 부대가 아라비아해에 집결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슨의 말은 이란에게도, 트럼프에게도, 이스라엘에게도 동시에 적용된다. 계획대로 되는 전쟁은 없다. 이란은 공습을 버텨냈지만, 섬을 빼앗기는 충격을 버틸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트럼프는 승리 선언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독자 행동이 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몇 주 더”를 원하지만, 트럼프가 먼저 손을 내밀면 멈춰야 할 수도 있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어느 쪽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쟁이 흘러가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섬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예상치 못한 확전으로 이어지거나, 이란 내부의 강경파가 협상파를 압도하거나,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경우다. 그때는 타이슨의 경고가 현실이 된다. 모두가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가 한 대 맞은 후에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전쟁은 언제나 시작보다 끝이 어렵다. 트럼프가 원하는 그림이 완성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그림이 중동의 화염 속에 다시 찢겨버릴지, 세계는 지금 그 순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바람은 아직 잔잔하지 않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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