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韓선박 호르무즈 통항 허용… "美·이스라엘 무관 증명 조건"

김윤정 2026. 3. 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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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쿠제치 이란대사가 한국을 '비적대 국가'로 규정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연관되지 않은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대기 중인 한국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78명의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이날 쿠제치 대사의 발언은 한국 선박의 무사 통항을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외교적 압박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고도의 외교전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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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선박 리스트 등 사전협조 요청
통항 볼모로 韓·美 갈라치기 여론전

사이드 쿠제치 이란대사가 한국을 '비적대 국가'로 규정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연관되지 않은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한국이 아직까지 불참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지속적인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압박하는 여론전 성격으로 풀이된다.

쿠제치 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미국이 제안한 합의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제치 대사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대기 중인 한국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78명의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현재 조현 외교부 장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 간의 통화를 비롯해 양국 대사관 채널을 통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통항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스라엘과의 무관함'을 엄격히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정부의 사전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한국 정부에 조속한 시일 내에 선박 리스트와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달라고 이미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해사기구(IMO)에 '비적대적 국가 선박에 한해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공식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이날 쿠제치 대사의 발언은 한국 선박의 무사 통항을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외교적 압박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고도의 외교전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쿠제치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5개의 조건이 담긴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 "현재 이란과 미국의 대화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 다시 이란을 공습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란대사관 측은 이날 회견에 앞서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 참상을 담은 1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피로 물든 천사들'을 상영하며 동정 여론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열린 미국ㆍ이란 전쟁 관련 사진전 및 다큐 상영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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