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헌혈의집서 불법 혈액 검사하고도 '정직 1개월'… 대한적십자사 솜방망이 징계

강서구 기자 2026. 3. 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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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대한적십자사 ‘불법 채혈·검사’ 사건➂
헌혈의집 무단 채혈 단독보도 後
감사 결과 드러난 불법 행위
의료법·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헌헐의집서 다단계 제품 강매
관련자 징계 고작 ‘정직 1개월’

# 최근 대한적십자사에서 '불법 채혈·검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의료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위반한 중대한 이슈입니다. 국가의 혈액사업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 그런데도 대한적십자사는 이 문제를 '개인 일탈'로 치부하려 합니다. 관련자의 징계도 '정직 1개월'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 적십자회비, 그리고 나랏돈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모럴해저드입니다. 대한적십자사 불법 채혈·검사 사건 3편입니다. 더스쿠프 단독보도 후의 일을 기록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불법 채혈·검사' 사건을 일으킨 직원에게 정직 1개월(중징계)의 처분을 내렸다.[사진|뉴시스]
최근 공공기관 대한적십자사에서 전례 없는 '불법 채혈·검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논란의 당사자는 전북 A헌혈의집 B센터장(간호사·4급)이었습니다. 그는 A헌혈의집 문진실로 C민간병원(전주시 소재) 환자를 몰래 불러들여 무단으로 채혈과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확보한 검체는 다시 C민간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이 행위만으로도 중대한 법 위반(의료법·혈액관리법)입니다. 혈액관리법상 헌혈의집에선 헌혈자만 채혈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란 점입니다. '위법성' 밑단엔 더 큰 이슈가 깔려 있습니다. 다름 아닌 '감시망 부실 논란'입니다. B센터장은 금기를 어긴 불법 채혈·검사를 1년 4개월(2024년 4월~2025년 8월)이나 자행했지만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이 사실을 알아차린 건 지난해 8월 '익명 제보'가 접수된 후입니다. 내부 감시·통제 기능이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도 대한적십자사는 이를 '개인 일탈'로 축소하려 합니다. 대한적십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기관의 통상적인 관리 범위를 벗어난 사안이다. 불법 채혈·검사가 문진실 내부에서 이뤄져 즉시 인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관련 규정에 따라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C병원 등은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 숱한 불법 요인 = 대한적십자사의 해명처럼 이를 '개인 일탈'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수사 의뢰만 하면 '할 일' 다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살펴봐야 할 게 숱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불법 채혈·검사 사건은 여러 위법행위가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의료법을 위반했습니다. 헌혈자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허가 채혈·검사'는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입니다. B센터장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 제13조 공공기관 물품 등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도 위반했습니다. '불법 채혈·검사'를 하면서 대한적십자사의 자산인 검사 장비와 소모품을 마음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한적십자사 내부 규정도 유린했는데, 여기엔 '다단계 논란'이 깔려 있습니다. B센터장은 헌혈의집에서 일하면서 다단계 업체에서도 근무했습니다. 불법 채혈·검사한 검체를 C민간병원에 보낸 것도 다단계 활동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검체를 전달받은 C민간병원 관계자와 B센터장이 같은 다단계 업체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감사결과). 이는 대한적십자사 직원운영규정 34조(영리업무 금지 및 겸직허가)를 정면으로 위반한 심각한 일입니다.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B센터장이 '숨어서' 다단계 활동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는 함께 일하는 헌혈의집 직원들에게 '다단계 업체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제품 구매를 강요했습니다. B센터장의 강매에 반발한 일부 간호사가 상급자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헌혈의집의 내부관리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 엿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류호진 노무법인 정율 노무사는 "B센터장이 지위를 이용해 다단계 업체의 제품 구매를 강요했다면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직원들이 문제 제기를 묵살한 상급자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안팎에서 내부 통제시스템이 무너지다 못해 사라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대한적십자사 내부 관계자는 "B센터장은 직원운영규정을 보란 듯이 무시했다"며 "대한적십자사의 내부 통제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런 불법 행위가 2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되물으면서 "지금이라도 일벌백계하고 무너진 내부 통제시스템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적십자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 행위로 축소하는 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사실 내부감사 후 대한적십자가가 B센터장에게 내린 징계 도 터무니없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보통징계위원회는 B센터장에게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의료법뿐만 아니라 이해충돌방지법까지 위반하고 대한적십자사 내부규정을 어겼는데도 '솜방망이'처럼 약한 처벌을 내린 셈입니다.

이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불법 채혈·검사'를 무단으로 진행하더라도 '정직 1개월'만 맞으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대한적십자사 내부에서도 "이렇게 솜방망이 처분을 해도 괜찮나"란 비판이 새어나옵니다.[※참고: 일반적으로 중징계는 파면·해임, 강등, 정직 등의 처분을 뜻합니다. 정직 1개월은 중징계 중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합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얼마나 대단한 기관이기에 이처럼 '무법지대'가 된 것일까요? 국가를 대신해 '혈액사업'을 하고, 국민에게 적십자회비를 청구하는 대한적십자사가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이번엔 이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헌혈을 하고, 또 누군가를 위해 적십자회비를 내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대한적십자사의 민낯'입니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대한적십자사 불법·채혈·검사 사건' 4편에서 이어나가겠습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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