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구 민심 1번지 서문시장 민심은? 균열된 국민의힘, 달라진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내세워 대구시장 자리마저 차지할 태세다. 최근 본보를 비롯한 지역 주요 언론사의 여론조사 지표에서 '김부겸 인기'와 민주당 지지도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김부겸 바람'의 가장 큰 기재는 바로 국민의힘 공천 파동과 집권 여당발 굵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할 '선물 보따리'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장 불패 신화'를 이어온 국민의힘은 식상한 공천 갈등으로 보수의 성지 대구 민심에서 스스로 등을 돌리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보수가 다시 뭉치는 현상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현재로선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등극 기상도는 갈수록 '맑음'을 나타내고 있다.
'컷오프(공천 배제) 분란'이 장기화되는 국민의힘, 김부겸 전 총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첫 대구시장 배출을 노리는 민주당.
혼돈을 겪고 있는 대구시장 민심 지형에서 '대구 민심 1번지'로 통하는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여론을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싸늘해지는 국민의힘 여론
지난 24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평일인 화요일인데도 막 점심시간을 지난 때라 다소 분주한 모습이었다. 점심 장사를 마무리하던 상인들 사이에서 6·3 지방선거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았다. 그런 가운데 한 의류·잡화점 상인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자들 다 마음에 안 든다"며 손사래를 쳤다. 더 이상 묻기가 민망스러웠다.
시장 곳곳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끊이지 않았다. "시끄럽다", "보기 안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한숨 섞인 말투와 혀를 차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른바 대구 민심 1번지이자, 보수 정치인들의 단골 방문지로 불리는 서문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국민의힘에 대해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취재진이 국민의힘 공천 갈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대뜸 "시끄럽다"는 불퉁한 답변부터 돌아왔다.
최근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컷오프 논란이 이어지면서 피로감과 분노가 누적된 듯한 모습이었다. 주호영 국회 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컷오프를 두고는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반응도 적잖았다.
특히 이진숙 전 위원장 컷오프와 관련, 서문시장에서 칼국수를 먹던 40대 남성은 "이진숙을 밀어주려고 중진들을 쳐내는 줄 알았드만, 결국 그 사람도 짤렸다"며 "도통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상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서문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표현은 더 거칠어졌다. 건어물 가게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그냥 투표 안 해불란다"며 "뽑을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진이 국민의힘 예비후보 이름을 하나씩 꺼내자, 돌아온 답은 대부분 비슷했다. "애매하다", "잘 모르겠다", "마음 가는 사람이 없다", "한게 뭐 있나"는 식이었다. 말을 꺼내다 말고 손사래를 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에 대해 화난 민심이 서문시장에 깔려 있는 가운데, 정치 성향과 달리 마음이 흔들린다는 반응도 나왔다. 가게를 훑어보던 남성 윤모(54)씨는 "원래 국민의힘을 지지해 왔지만, 요즘은 하는 꼴을 보니 잘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투표해도 전혀 거리낄 게 없었는데, 지금은 계속 내부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돌아선다"고 말했다.

◆대구 변화를 기대하는 민심…"그래도 국민의힘"도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문시장 인근 식당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이번에는 김부겸이 됐으면 좋겠다"며 "예전에는 이런 말 꺼내기도 어려웠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젊은 층은 정치, 특히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서문시장 안 카페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정치 얘기만 나오면 피로감이 큰데, 국민의힘은 정말 심각하다"며 "차라리 민주당이 낫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30대 남성도 "이제 정당만 보고 뽑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대구도 점점 달라져야 한다. 달라질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민심이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판과 애정이 뒤섞인 반응이 나왔다. 서문시장 5지구에서 장을 보던 70대 여성은 "요즘 하는 짓이 밉고 화나지만, 그래도 (대구는) 국민의힘이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은 속된 말로 쪽팔린다"면서도 "그래도 국민의힘 아니면 찍을 곳이 어디 있느냐. 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70대 남성도 말을 보탰다. "국민의힘이 하는 꼴을 보면 화가 나지만, 나라 생각을 하면 보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떻게 키운 대구·경북인데, 함부로 그런 말(민주당, 김부겸)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역 앞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도 "지금 국민의힘이 잘못하고 있고, 김부겸이가 나을 것이란 건 알겠다"며 "그렇다고 내가 (김부겸을) 찍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TK에서 민주당이 당선되려면 20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수연 기자 waterkite@idaegu.com 서고은 수습기자 goeunseo@idaegu.com 김도경 수습기자 gye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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