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시계 긁었더니...” 저신용자 카드 한도 올리는 ‘초과 신공’ 유행

유소연 기자 2026. 3. 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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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는 “비싼 물건 결제한다고 한도 올리진 않아”
서울 시내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뉴스1

신용 점수 700점대인 양모씨는 최근 2000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결제했다. 그가 형편에 맞지 않는 시계를 결제한 이유는 카드 한도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원래 한도가 350만원밖에 되지 않던 양씨의 시계 결제 건은 예상대로 승인이 거절됐다.

그런데 승인 거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카드사에서는 ‘한도를 950만원으로 상향했다’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양씨는 “병원비 낼 돈이 없어서 카드 한도를 올리고 싶었는데 원래 한도보다 높은 금액 결제를 시도하면 잘 올려준다고 들었다”며 “예전에 고객센터에 문의했을 때는 상향이 안 됐는데 비싼 물건을 긁어보니 한 번에 됐다”고 했다.

신용카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이 같은 ‘초과 신공’이 카드 한도를 올리는 팁으로 공유되고 있다. 한도를 넘어서는 결제 건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면 카드사에서 한도를 올려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용자 정모씨 역시 온라인 쇼핑몰에서 TV 여러 대를 결제하는 방법으로 한도를 올렸다. 정씨는 “카드 결제 한도는 1400만원에서 1600만원으로, 현금서비스는 36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올렸다”며 “원래 한도는 더 적었는데 2~3개월 주기로 고액 결제를 해 한도를 1000만원 가까이 올렸다”고 했다.

이러한 카드 한도 상향 방법들에 대해 카드사들은 “신용 평점이나 소득이 오르거나 연체 상황이 개선돼 원래 상향이 가능한 고객들의 한도를 올린 것”이라며 “같은 고객인데 비싼 물건을 결제한다고 한도를 더 올려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런 카드 한도를 올리는 방법이 퍼지는 배경에는 저신용자의 급전 대출이 막힌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KCB 신용 평점 기준 하위 20% 이하 저신용자 대출 공급액은 30조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대출 공급액이 9.1% 줄었는데 저신용자 대출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저신용자 신용대출이 5000억원 줄었다.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저신용자들이 카드 한도를 늘리는 식으로 생활 자금 수요를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액에서 상대적 고금리인 카드론과 대부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56%에서 지난해 58.3%로 확대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준을 충족한 고객의 한도를 올려준다고 할지라도 카드사들이 고액 결제 승인 거절 직후 한도를 상향해주는 행태는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카드 한도를 올려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돌려막기 늪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상환 가능한 금리와 한도 내에서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자금이 돌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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