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사회에 돌려주라던 어머니 뜻”···전북대에 80억 기부 완납한 김정옥의 ‘7년 약속’

“독일 유학 시절 공부했던 괴팅겐처럼 늘 다정다감했던 전주는 늘 마음속에 ‘제2의 고향’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전북대학교 기부 역사상 최고액인 80억원을 약정한 김정옥 (재)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 이사장(79·전 전북대 교수)이 7년에 걸친 기부를 25일 마무리했다.
전북대는 김 이사장이 마지막 기탁분인 10억원을 전달하며 2019년부터 이어온 80억원의 기부 약정액을 모두 완납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이사장과 전북대의 인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전북대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열정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쳤던 전주에서의 기억은 그의 삶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퇴직 후에도 “전주의 포근한 정서가 독일의 대학 도시 괴팅겐을 떠올리게 했다”며 늘 이곳을 그리워했다.
전주에 대한 그의 애정은 베풂과 나눔으로 이어졌다. 2019년 제자들을 위한 장학금 20억원을 약정하며 기부의 첫발을 뗐다. 2022년에는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고 싶다”며 학내 삼성문화회관 시설 개선 비용으로 60억원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그가 선뜻 내민 기부금은 전북대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노후한 공연장들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현대식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문학 위기 속에서도 전북대 유럽인문학 전공생들은 20억원에 달하는 장학 기금 덕분에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독어교육과 학생들이 무대에 올린 독일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역시 김 이사장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거액의 기부를 완성한 배경에는 ‘나눔’을 가업처럼 여긴 가족의 철학이 있다. 김 이사장은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어머니(김희경 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의 고귀한 뜻을 받든 것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새로 단장한 공간이 지역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인문학 전공 학생들이 훗날 더 큰 숲을 이루는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북대는 김 이사장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삼성문화회관 내 주요 공연 공간을 그의 호를 딴 ‘영산홀’로 명명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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