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지가 쓴 답안지 “벽 한번 깨부수니, 다음은 힘들지 않더라”

김양희 기자 2026. 3. 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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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김윤지(20·BDH파라스)가 한 달 사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날 함께 자리한 손성락 파라 노르딕스키 대표팀 감독은 "(김)윤지는 20㎞ 종목을 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첫 출전에서) 세계 랭킹 1위를 꺾었다"면서 "윤지는 성격이 긍정적이고 훈련할 때 집중력도 상당히 좋아서 힘들어도 결국에는 해낸다. 한 시즌 동안 정말 성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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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패럴림픽 MVP 기자회견
처음 출전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패럴림픽에서 5개 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장애인 체육의 간판스타로 거듭난 김윤지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

김윤지(20·BDH파라스)가 한 달 사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2026 코르티나·담페초겨울패럴림픽 때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고,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가장 많은 5개의 메달(금2, 은3)을 목에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거듭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대회 뒤 청와대도 방문했다. 전날(25일)에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 최초로 티브이엔(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윤지는 특유의 밝은 미소로 지금의 상황이 “신기하다”고 거듭 말했다. 김윤지는 “상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서 “첫 패럴림픽이라서 도전자 입장에서 겁 없이 즐기면서 경기를 했다. 다음 4년을 잘 준비할 수 있는 반환점이 된 것 같고 앞으로 더 성장해서 나아가겠다”고 했다. 더불어 “이번 대회는 받아쓰기 할 때 밑바탕 위 회색 글자가 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다음’을 향한 밑그림을 잘 그렸다는 뜻이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메달 개수는 상관이 없었다. 5개 메달은 내가 아니어도 언젠가 누군가 땄을 것”이라고 자신을 낮춘 김윤지는 바이애슬론 12.5㎞ 종목(금메달)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두 번째 사격 때 두 발을 놓치면서 순위가 중간에 떨어졌는데(5위) 그 다음에 주행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10㎞ 크로스컨트리(은메달)는 “욕심이 과해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던 터라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종목이다. 다만, 마지막 출전 종목(크로스컨트리 스키 20㎞)에서는 집중해서 페이스 조절에 성공(금메달)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손성락 파라 노르딕스키 대표팀 감독은 “(김)윤지는 20㎞ 종목을 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첫 출전에서) 세계 랭킹 1위를 꺾었다”면서 “윤지는 성격이 긍정적이고 훈련할 때 집중력도 상당히 좋아서 힘들어도 결국에는 해낸다. 한 시즌 동안 정말 성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안고 태어난 김윤지는 패럴림픽 시즌을 맞아 299일을 훈련했다. 시즌 초반에는 사격이 잘 안 되어서 우울한 나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긍정의 마인드로 버텼다. 김윤지는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실망할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이유 없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완해서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고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게도 한다”면서 “결국에는 다 지나가더라”고 했다. 사격이 잘 되지 않아서 속상할 때는 좋아하는 뉴진스나 이찬혁 등의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김윤지는 패럴림픽 대회 전 전국장애인겨울체전에서 받은 최우수선수(MVP) 상금을 전액 기부했다. 겨울패럴림픽 성과로 받은 포상금(5억원) 등 일부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패럴림픽 준비로 한국체대를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휴학했는데 가을에는 복학한다. 중,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맛집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운전면허를 따서 여행도 가고 싶다.

김윤지에게 노르딕스키는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자 “이정표”다. 김윤지는 “패럴림픽을 다녀오고 이 종목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면서 “파라 노르딕스키 선수층이 얕은데 재능 있는 친구들이 도전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이 스포츠를 하기까지에는 벽이 있는데 한번 벽을 깨면 다음 벽을 넘을 때 힘들지 않게 된다. 스포츠가 자신의 세상을 깨부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면서 “처음엔 힘들겠지만 다 같이 함께하는 마음으로 (스포츠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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