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X파일] "법 공백이 '36주 낙태' 불렀다" 현직 변호사 개탄한 이유

김양원 2026. 3. 26. 13: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방송 : FM 94.5 (06:40~06:55, 13:40~13: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03월 26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한명만 낳기로 합의했는데, 남편이 딸을 낳고 싶어 만약 아들을 임신하면 지우고 딸을 낳자고 하는데요..." 정말 이런 일이 실제로 있나 싶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제 고민글로 올라온 사연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아이를 가졌는데 아들이라 남편이 지우자고 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은 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란 글까지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이 같은 요구와 결정, 법적으로는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요. 임신하면 결혼하자고 약속했던 남자친구. 하지만 막상 임신이 되자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책임질 수 없다며 낙태를 강요했고, 결국 여성은 수술대에 올랐죠. 그런데 수술이 끝난 뒤에도 남성은, "결국 선택을 니가 한 것"이라며 인격을 모독하는 말까지 했다는데요. 과연 이런 경우 여성은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걸 넘어, 남성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임신 36주차에 낙태를 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렸던 20대 여성의 이야기, 저희 방송에서도 전해드렸습니다만 최근 판결이 나왔습니다. 낙태죄는 적용하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인정했죠.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지 어느덧 7년. 하지만 이후에도 관련 입법은 여전히 공백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입법 공백으로 현실에서 생기는 문제는 없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차근히 짚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낙태를 둘러싼 여러 법적쟁점들, 짚어볼까 하는데 그에 앞서, 저희도 방송에서 다룬 사건입니다만 손흥민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했던 여성의 사건이요. 최근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던데 현재 진행 상황 어떤 상태인가요?

◆ 임흥준 : 네, 해당 여성에게 1심에서는 공갈미수죄 등이 인정되어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이 선고됐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참고로 이 여성 항소심 법정에서 "흥민 오빠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눈물로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 달 8일 선고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이 법정에서 "손흥민 선수에게 사죄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용서해달라"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졌는데, 이런 사건에서 손흥민 선수의 진술이 꼭 필요한 대목이 있는지 또 피해자인 손 선수의 처벌 의사나 태도, 발언 같은 것이 실제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임흥준 : 피해자인 손흥민 선수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소가 취소되거나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하거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는 있겠습니다.

◇ 이원화 : 결국 이 사건도 보면, 임신이나 낙태처럼, 지극히 사적인 문제를 누군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썼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성별을 이유로 낙태를 요구하는 경우를 살펴볼까 합니다. 최근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논란이 됐는데, 어떤 사연이었는지 먼저 정리를 해주시죠.

◆ 임흥준 : 네, 최근 굉장히 화제가 됐던 사연이죠. 신혼부부인데, 성별 확인 결과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되자 남편이 "아이를 지우자"고 제안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도 과거에 두 차례 낙태를 했는데 자궁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아내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사연입니다.

◇ 이원화 : 배우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분이 절대 좋을 수 없는 이야길텐데요.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상황만 놓고 보면,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어도, 곧바로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긴 어려운 것 아닌가 싶거든요. 만약 이 문제를 법적으로 문제 삼으려면 어느 정도의 발언이나 행동이 있어야하는 건가요?

◆ 임흥준 : 맞습니다. 도덕적 비난과 법적 책임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일단 현재 낙태죄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로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임신중절 자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문제 삼을 수 있는 건 형법상 강요죄인데,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지우자"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합니다. 즉, "지우지 않으면 이혼하겠다" 혹은 "생활비를 끊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반복적이고 강압적으로 이루어져야 강요죄 성립을 검토해볼 수 있는 거죠. 단순히 "지우자"고 제안하거나 설득하는 수준이라면, 실무적으로 강요죄로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겠습니다.

◇ 이원화 : 이혼 사유로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 보세요?

◆ 임흥준 : 네, 이 부분은 오히려 형사보단 가사 영역에서 좀 더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이혼 사유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데요. 성별을 이유로 낙태를 반복적으로 강요하고, 아내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행위는 배우자로서의 신뢰와 존중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이를 혼인 파탄의 원인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낙태 자체가 불법 아니냐"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2019년에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죠. 그러면 또, "임신중절이 전부 합법이 된거냐"이렇게 물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현재 우리 법에선 낙태에 대한 기준, 어떻게 보고 있는 상황인지 정리를 해주시죠.

◆ 임흥준 : 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말씀드린 대로 2021년 1월 1일부로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임신중절 자체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임신중절이 전부 합법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적 공백 상태인 거죠. 후속 입법이 7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태아가 '사람'으로 인정되는 시점이 언제냐는 것도 중요한 쟁점인데요. 민법상으로는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고, 출생 시점부터 사람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형법상으로는 출산 과정에서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살인죄의 객체인 '사람'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 이원화 : 후속 입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야길 해주셨는데 실제 법조계에서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런 입법 공백 때문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뭔가요?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 임흥준 :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임신중절을 원하는 분들이 어느 시기까지가 가능한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물어보셔도 저 또한 명확하게 답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법이 없으니까요. 의료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들도 어디까지 시술해도 되는지 기준이 없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이런 공백이 결국 36주 낙태 사건 같은 비극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 사건 잠시 설명드리자면, 재작년 6월, 임신 36주 차에 낙태를 했다며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렸던 20대 여성 사건인데요. 재판부는 낙태죄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적용하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적용해 병원장에게는 징역 6년, 집도의에게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산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36주면 거의 만삭이라고 볼 수도 있는 시기인 거죠. 이번 판결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산모에게 살인 책임을 물으면서도 재판부가 국가의 제도 미비를 언급한 부분이거든요. 이걸 어떤 의미로 봐야하고,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이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 임흥준 : 재판부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면 이 사건과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명시한 건,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합니다. 산모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건, 국가의 제도 미비 책임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죠. 그리고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이 판결이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임신 후기에 이루어진 임신중절 시술에서 태아가 생존 가능한 상태로 출생했다면,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살인죄 적용이 검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법조계 모두 주목해야 할 판결입니다.

◇ 이원화 :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현실에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연인 관계에서 "임신하면 결혼하자" 해놓고 막상이 임신이 되자 태도를 바꿔 낙태를 요구했던 경우, 어떤 상황이었는지 사실관계부터 정리를 해주시죠.

◆ 임흥준 : 네, 이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자궁 건강이 좋지 않아 임신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남성이 "임신하면 결혼하자"고 약속했고, 실제로 임신이 됐습니다. 그런데 남성은 "책임 못 진다"며 낙태를 반복적으로 압박했고, 병원에서 "이번 임신은 기적이고, 중절수술을 하면 앞으로 임신이 어렵다"는 진단까지 나왔음에도 요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수술대에 올랐고, 수술 후에도 남성은 "결국 선택은 네가 한 것"이라며 인격을 모독하는 말까지 했습니다.

◇ 이원화 : 많은 분들이 이 사건 들으면 당연히 강요 아니냐, 하시겠지만 문제는 이게 법적으로도 강요나 협박으로 처벌할 수 있냐, 이건 또 다른 부분인 거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 임흥준 : 법적으로는 훨씬 복잡합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지워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하거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또 실무적으로도 연인 관계에서 낙태를 요구해 강요죄로 고소했는데,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다만, 만약 남성이 "낙태하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수준을 넘어서 "낙태하지 않으면 직장에 알리겠다" 혹은 "가족에게 폭로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다면, 그때는 협박죄나 강요죄 성립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만약 형사처벌이 쉽지 않다면 피해 여성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리고 소송이 가능하다면, 어떤 자료들을 확보해두면 도움이 되겠습니까?

◆ 임흥준 :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해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핵심 법리는 인격권 침해인데요. 남성의 행위가 A씨의 '임신 유지 및 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거죠. 법원도 이런 경우 민사상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증거 확보도 정말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남성의 낙태 요구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나 문자메시지', '상대방의 압박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 '수술 전후 병원 진료 기록 및 의사 소견서', '정신적 피해를 입증할 정신과 진료 기록', '수술비 지급 내역' 등과 같은 자료들을 최대한 확보해 두시는 게 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 되겠습니다. 특히 남성 입장에서는 "결국 선택은 네가 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선택의 자유가 제한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