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건설 중단해야”…美 정가서 AI 규제 전면전 신호탄

현정민 기자 2026. 3. 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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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등 ‘AI 모라토리엄’ 법안 발의
규제 마련 전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이 핵심
美 전역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와 상통
백악관은 “규제 최소화” 주장…정반대 행보

미국 정치권에서 인공지능(AI)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버니 샌더스(버몬트주·무소속) 상원의원이 AI 규제 마련 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인공지능(AI) 모라토리엄 법안을 발의한 버니 샌더스(버몬트주·무소속)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주·민주당) 하원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주·민주당) 하원의원과 국가적 AI 안전 규제 마련 전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샌더스 의원과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미국 진보 진영에서 돌풍을 일으킨 영향력 높은 인물로 손꼽힌다.

법안은 데이터센터를 AI의 ‘물리적 구현체’로 보고, 이를 규제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방 정부가 AI 안전성과 부의 재분배 문제를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할 때까지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고, 기술 발전 속도를 정책적으로 통제해 사회적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샌더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유권자들은 역사상 가장 심오한(profound) 기술 혁명에 직면한 상황에서 거대 빅테크 중심 과두정치 세력의 자발적 확언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며 “의회는 혁명의 본질과 그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한참 뒤처져 있다”고 강조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또한 “AI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통해 입법자와 기업가, 기타 관계자들이 AI와 데이터센터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노동자 가정과 민주주의를 보호하며, 이 기술이 모든 미국인에게 유익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보장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미국에는 40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존재하며, 이 중 대다수는 버지니아와 텍사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다.

앞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미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확산된 바 있다. 전 세계 데이터의 70%가 경유하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 버지니아주에서는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지속되며 추가 건설이 난항을 빚었으며, 조지아주에서도 시위가 이어지며 일부 카운티는 건설 허가 절차를 보류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등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WP에 따르면 최소 12개 주(州)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검토 중이며, 뉴올리언스와 챈들러 등 수십 개 지방정부는 모라토리엄을 도입한 상태로 알려졌다. 부동산 중개업체 CBRE그룹은 미국 내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이 2024년 말 6.35기가와트(GW)에서 지난해 말 5.99GW로 감소, 2020년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고 집계한 바 있다.

여론 또한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쪽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적인 AI 모라토리엄을 처음 제안한 환경단체 푸드앤워터와치의 미치 존스 정책 책임자는 “처음 정책 제안 당시에는 대부분 즉각 반려됐다”며 “이후 여러 단체가 동참 흐름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는 데이터센터가 ▲환경 ▲전기세 ▲삶의 질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했다.

앞서 샌더스 의원은 AI를 두고 지속적인 경고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AI 발전이 인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영상을 공유하는가 하면, AI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며 기술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토론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지난달에는 캘리포니아를 방문, 빅테크 경영진들과 대담하며 규제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와 정반대되는 행보를 추진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 내 기술 참모들은 규제 최소화와 AI 발전을 통한 혁신 촉진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일 백악관은 AI에 대한 국가 단위 입법 프레임워크를 공개, 각 주의 AI 규제 권한을 제한해 규제를 최소화하는 ‘라이트 터치(light-touch)’ 접근 적용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관 컨설팅 업체 멀티스테이트에 따르면 올해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 중 수십 건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으나, 대체로 이 법들은 데이터센터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보 수집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또한 강한 반발을 표하며 로비 활동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사이 맥닐 데이터센터연합 연방 업무 담당 수석은 “모라토리엄은 디지털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며,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그렉 브록만 오픈AI 사장 등 테크업계 주요 인사들은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 등 물밑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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