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허덕이는 미국…'숙원' 핵잠 도입에 '직격탄' 우려 커진다

노민호 기자 2026. 3. 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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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은 준비 마쳤지만 美는 '침묵'…속도 못 내는 한미 협의
중동 변수에 밀린 북핵·북미 대화…한반도 외교 '모멘텀 실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또는 수정을 위한 한미의 범정부 간 협의가 출발선에도 서지 못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올해 초부터 본격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무효화 사태와 중동사태의 장기화로 미국에 관련 여력이 없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중동사태가 지속되면 한국이 바라는 '선(善) 북미 대화'에 따른 남북 대화의 모멘텀도 놓칠 수 있다는 관측도 26일 제기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 간의 합의 사항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하고 핵잠 건조와 원자력·조선 협력 등 3대 분야 협의 이행을 위해 조속히 실무협의를 개시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한미는 각각 핵잠과 원자력 협력을 위한 범정부 대표단을 꾸리기로 하고, 1월 초 미국 측 대표단의 방한을 통해 첫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국 측이 정부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관련 계획 수립이 늦는다며 핵잠·원자력 협의에도 미온적으로 임하며 관련 일정이 2월 말로 미뤄졌다. 그러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추진한 전 세계적인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관세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미 간 핵잠·원자력 협의 일정은 3월로 넘어갔다. 이 와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중동사태로 미국의 외교적 역량은 다시 한반도를 비껴가게 됐다. 이날까지 한미는 핵잠과 원자력 협의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 일정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이달 초 임갑수 한미 원자력 협력 태스크포스(TF) 정부대표가 미국을 방문하고, 마이클 디솜브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방한하면서 고위급 소통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핵잠·원자력 협의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동사태 영향 때문이라고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없다고도 볼 수는 없다"라며 "다만 우린 협상 준비를 이미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협의 개시는 미국 측에 달렸다는 뜻이다.

정부는 오는 11월 미국의 상·하원 선거(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동력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 전에 관련 협의를 진척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선 관련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뉴스1 DB

중동 변수에 밀린 북핵·북미 대화…한반도 외교 '모멘텀 실종'

외교가에선 미국의 시선을 빠르게 한반도로 돌리지 못할 경우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가 늦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의 대북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언급은 종종 내놓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아직 국가안보전략(NSS)나 국가방위전략(NDS)과 같은 명시적인 대북 정책을 정하지 못했고, 국무부의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지 않는 등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여전함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구체적 행보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앤디 김(뉴저지·민주) 미 연방 상원의원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개최한 언론 간담회에서 "트럼프 1기 때는 스티븐 비건처럼 한반도 문제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대북특별대표로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동사태로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도 5월 14~15일로 단축·연기되면서 이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간 소통 가능성도 더 작아진 모습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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