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란 전쟁 장기화, 기업 연쇄 부실·2금융권 자본비율 급락 우려”

주형연 2026. 3. 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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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이란 전쟁 등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그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한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복원력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진단하면서도 "가계·기업·부동산 등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된 구조에서는 복합적인 외부 충격이 특정 취약 부문에 집중될 수 있다"며 정책 당국 간의 선제적인 모니터링과 촘촘한 공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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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이란 전쟁 등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그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원가 부담을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회사채를 갚지 못하는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실물경제 부진 시나리오에서는 은행의 부실채권이 쌓이고 제2금융권의 막대한 자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상황 장기화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을 조명했다.

가장 취약한 고리로는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종’이 지목됐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이미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원유 확보 차질과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면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갚기 위해 새로 빚을 내는 ‘차환(Roll-over)’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막히는 끔찍한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경제 구조는 유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순 수입액 비율은 4.6%로 일본(1.8%), 중국(1.7%)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돌며, 전체 원유 수입 물량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올해 1월 기준)은 70.7%에 달한다.

한은은 이날 대내외 충격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향후 2년간의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상황 분석)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단순히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비관’ 시나리오를 넘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실물경제 부진이 장기화하는 금융위기 수준의 ‘심각’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은행권은 양극화 리스크가 부각되며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크게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과 부동산 PF 사업성 악화가 겹치며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의 자본 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비은행권은 증권사와 보험사의 시장 손실이 각각 자기자본 대비 17%, 28%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임광현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심각 시나리오 하에서는 일부 업권과 기관의 자본 비율이 금융 당국의 규제 수준에 근접하거나 그 이하로 뚫리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실물 위기는 이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단기 수익을 좇는 ‘머니 무브’가 시장을 더욱 흔들고 있다.

한은은 특히 파생형 상장지수펀드(ETF) 잔액이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작년 말 10조4000억원에서 올해 2월 말 19조7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한 점을 우려했다. 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를 자극해 시장 금리를 끌어올릴 경우 빚을 내 투자한 레버리지 자금이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복원력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진단하면서도 “가계·기업·부동산 등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된 구조에서는 복합적인 외부 충격이 특정 취약 부문에 집중될 수 있다”며 정책 당국 간의 선제적인 모니터링과 촘촘한 공조를 주문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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