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동발 에너지 재앙, 땜질식 처방 버리고 에너지믹스 전면 재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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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자원 공급 절벽'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공급원 다변화보다는 겨우 '공공기관 차량 5부제'나 '에너지 사용시간대 조절' 같은 방어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중동의 포성이 멈춘다 해도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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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자원 공급 절벽'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따른 생산 차질을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시 계약 이행 의무를 면제받는 이 조항이 발동됨에 따라, 우리 LNG 수입의 15%를 차지하는 카타르산 물량 도입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파괴된 가스전의 완전 복구에 최장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 소동이 아닌 장기적 에너지 재앙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올 연말까지의 물량은 확보되어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이는 안일한 인식이다. 공급선이 줄어들면 국제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며, 이는 전기와 가스 요금 폭등으로 이어져 민생 경제의 뿌리를 흔들게 된다. 더욱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공급원 다변화보다는 겨우 '공공기관 차량 5부제'나 '에너지 사용시간대 조절' 같은 방어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식의 임기응변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을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60%대까지 떨어진 원전 가동률을 즉시 정상화해야 한다. 현재 정비 중인 원전들을 조기에 재가동하고, 수명 연장 심사 중인 원전들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인되는 대로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 원전은 LNG보다 발전 단가가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강력한 기저 전력이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원전 수명을 60년에서 80년까지 연장하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가정용 전기요금 피크제 조기 시행' 검토 지시는 재고되어야 한다.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요금을 비싸게 물리겠다는 발상은 결국 저녁 시간대 가사 노동과 휴식이 절실한 서민들에게 '징벌적 요금 폭탄'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원전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발전 단가 자체를 낮추는 것이 국민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더는 길이다.
에너지의 94%를 해외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에서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 안보다. 정부와 여당은 25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같은 단기적 재정 투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원전을 핵심 축으로 하는 에너지믹스 재편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중동의 포성이 멈춘다 해도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번 위기를 우리 에너지 구조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에너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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