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 후유증…자산보다 대출 많은 청년 ‘고위험 가구’ 크게 늘었다

빚 내서 집을 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옴)’ 대출자가 불어난 가운데 지방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서 대출은 많고 자산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른바 ‘고위험 가구’가 늘어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6일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3월 기준 한국의 고위험 가구가 45만9000가구로 전년 38만6000가구 대비 18.9%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빌린 돈도 큰 폭으로 불어났다. 고위험 가구의 금융 부채는 전체의 6.3%인 96조1000억원으로 전년 72조2000억원에 비해 33.1% 늘었다.
한은은 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40%를 초과하고 부채보다 자산이 적은 가구를 ‘고위험 가구’로 분류한다. 가진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할뿐 아니라 벌이의 40% 넘는 돈을 대출 상환에 쓰는 이들을 가리킨다. 고위험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경우 대출 부도가 증가해 금융으로 위험이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고위험 가구 중엔 40·50대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20·30 청년층이 빨랐다. 청년층이 전체 고위험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2.6%에서 지난해 34.9%로 커졌다. 같은 기간 40·50대 비중은 59.8%에서 53.9%로 줄었다. 김정호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소득이 비교적 낮은 청년층이 주택 구입 및 투자를 하는 과정에 과거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부채를 이용하면서 청년층 고위험 가구가 늘었다”며 “관련 통계가 ‘가구’ 단위로 집계돼, 청년층 1인 가구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가구는 자산은 적은 반면 대출액은 상대적으로 컸고 카드론 등 금리가 높은 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경우도 많았다. 고위험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2억7000만원으로 비(非)고위험 가구 6억4000만원보다 훨씬 적었다. 반면 부채 규모는 고위험 가구가 평균 2억4000만원, 비고위험 가구가 1억6000만원으로 고위험 가구가 컸다.

총자산은 예금, 세입자로서 낸 임차 보증금 등 금융 자산에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을 더한 수치이고, 총부채는 금융 부채에 집주인으로서 받은 임대 보증금을 더한 것이다. 한은은 “비고위험가구는 예금 같은 저축성자산 비중이 전체 자산 중 10.2%로 상대적으로 높은 데 비해 고위험가구는 자가 거주율이 낮아 임차 보증금이 13.8%로 금융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며 “또한 고위험 가구 대출 중엔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비중이 큰 신용 대출 비중이 19.1%로 비고위험가구의 10.4%에 비해 높아 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 시스템의 단기 금융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2월 15.3을 기록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중동 상황 악화로 이달 들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FSI가 다소 반등했으나 여전히 지금과 같은 ‘주의’ 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다 중장기적인 금융불안 수준을 집계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말 48.1로 장기 평균인 45.4를 다소 웃돌았다. 장정수 부총재보는 “FVI는 통상 자산 가격이 올라가며 상승하는데 지난해 부동산·주식 가격이 상승하면서 FVI가 다소 올라갔다”고 했다. FSI와 FVI는 금융 안정과 관련한 금융 시장, 자산 가격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높을수록 금융 안정 위험이 커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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