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텍스처 디저트’ 열풍… 깨물면 빵 터진다!

2023년 전국을 휩쓴 탕후루 열풍.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 시럽을 입힌 이 간식은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하은 기자/

2023년 탕후루 유행 당시 기자가 직접 만든 탕후루. 당시 집에서 만드는 레시피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이하은 기자/

두쫀쿠 유행 절정 당시 원재료 값 폭등으로 개당 6000원~1만 원에 판매됐지만 품절 행렬이 이어졌다./이하은 기자/

두쫀쿠 유행 절정 당시 원재료 값 폭등으로 개당 6000원~1만 원에 판매됐지만 품절 행렬이 이어졌다./이하은 기자/

올해 3월 초 창원의 한 대형마트 봄동 매대. 가격 안내표 옆에 봄동비빔밥 레시피가 함께 붙어 있다./이하은 기자/

‘젤리 얼먹(얼려먹기)’은 먹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사례다.
에이블리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2월 플랫폼 내 ‘젤리’ 검색량은 한 달 전 대비 113% 상승했고, 사우어 젤리 검색량은 210% 급등했으며 거래액도 30% 증가했다.

창원의 한 카페에서 구매한 버터떡.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겉바속쫀’ 식감으로 이달 들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이하은 기자/
◇현재의 주인공, 버터떡= 봄동이 정점을 찍던 사이, 또 하나의 영상이 조용히 알고리즘을 파고들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 간식 ‘황요우니엔까오’가 버터떡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됐다.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 반죽에 버터와 우유를 더해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이른바 ‘겉바속쫀’ 식감이 특징이다. 두쫀쿠가 ‘중동풍 식감’이었다면, 버터떡은 ‘우리에게 익숙한 떡의 언어’로 같은 감각을 풀어낸 셈이다.
반응은 빠르고 거셌다. 구글 트렌드 기준 3월 1일 지수 0이던 버터떡 검색량은 10일 만에 최고치 100을 찍었고, 네이버 3월 예상 검색량은 580만 건을 넘는다. 이마트에서는 찹쌀가루 매출이 전년 대비 179%, 타피오카 전분이 190% 가까이 폭증했다.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는 오전 10시에 준비한 버터떡 100개가 오픈과 동시에 완판됐고, 일부 매장에서는 픽업 대기 시간이 4시간에 달했다는 후기도 나왔다. CU는 업계 최초로 소금 버터떡을 출시해 하루 1만 개 한정 판매에 나섰고, SPC패션파이브와 이디야커피도 잇달아 버터떡 라인업을 선보였다.
◇왜 이게 뜨는가= 두쫀쿠, 얼먹젤리, 봄동, 버터떡. 겉보기엔 제각각인 이 아이템들 사이엔 일관된 공식이 흐른다. 재료의 출처가 있어야 하고(두바이, 상하이, 제철 채소), 식감이 차별적이어야 하며,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서사가 있어야 Z세대의 선택을 받는다.
탕후루부터 버터떡까지, 유행이 바뀔 때마다 직접 사 먹고 만들고 SNS에 올려온 이채은(28) 씨는 “탕후루 때는 그냥 맛있어서 먹었는데, 두쫀쿠부터는 이걸 어디서 먹었다는 게 하나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지금은 유행이 뭔지 알아야 대화가 된다는 느낌이 있어서 일부러 찾아다니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틱톡과 인스타 릴스의 알고리즘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식감 콘텐츠’에 최적화돼 있고, 그 포맷에 맞는 음식들이 차례로 화면을 점령하고 있다. 다수가 검증한 콘텐츠를 추종하는 ‘디토(ditto)’ 소비 심리가 숏폼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유행 전파 속도는 전례 없이 빨라졌다.
불황이라는 배경도 빼놓을 수 없다. 3500~6000원짜리 한 입의 사치가 지친 하루를 달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됐다. 고물가 시대에 보상은 더 빠르고 더 저렴해야 했고, 디저트의 달달함은 그 조건을 충족한다. 거창한 여행 대신 줄을 서서 먹는 버터떡 한 조각은 작고 확실한 행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식품 소비의 첫 번째 트렌드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소비하는 흐름”을 꼽았다. 야구장에서, 팝업스토어에서, SNS 피드 위에서. 음식은 이제 먹는 것이기 이전에 이야기하는 것이 됐다. 2022년 약과·포켓몬빵을 시작으로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두쫀쿠, 봄동을 거쳐 2026년 3월 버터떡까지, 트렌드의 교체 주기는 이제 월 단위로 달리고 있다.
다음 타자는 누가 될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냉동실에서, 혹은 어느 골목 카페의 쇼케이스 안에서 이미 시동이 걸렸을지 모른다.
글·사진=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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