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텍스처 디저트’ 열풍… 깨물면 빵 터진다!

이하은 2026. 3. 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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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콘텐츠 된다’ 증명한 중국 간식 ‘탕후루’ 이어 두쫀쿠·얼린 젤리·봄동 비빔밥, 최근엔 버터떡까지 청각적 쾌감 SNS서 공유·유통업계서도 대세 합류
피스타치오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카다이프 특유의 파삭한 소리가 터진다. 한 입 베어 물면 마시멜로의 쫀득함과 바삭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두바이 쫀득쿠키, 이른바 ‘두쫀쿠’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감각은 꽤 선명하다. 맛있어서라기보다 경험해본 적 없는 식감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감각은 곧장 스마트폰 화면으로 향했다. 먹은 것을 올리는 게 아니라, 경험한 것을 공유하는 시대다.
2023년 전국을 휩쓴 탕후루 열풍.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 시럽을 입힌 이 간식은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하은 기자/

2023년 전국을 휩쓴 탕후루 열풍. 과일을 꼬치에 꽂아 설탕 시럽을 입힌 이 간식은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하은 기자/
◇식감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딸기나 포도, 귤을 설탕 시럽에 입혀 굳힌 중국식 길거리 간식 ‘탕후루’. 2023년 우리나라를 강타했을 때, 사람들이 열광한 건 단맛만이 아니었다. 설탕 껍질을 깨무는 순간 ‘쩍’ 하고 터지는 소리, 그 청각적 쾌감이 숏폼 영상으로 퍼지며 10대를 중심으로 전국 상권을 바꿔놨다. 한때 가맹점 수가 1년 만에 열 배 넘게 불어날 만큼 폭발적이었다. 탕후루는 ‘식감과 소리가 콘텐츠가 된다’는 공식을 처음 증명한 디저트다.
2023년 탕후루 유행 당시 기자가 직접 만든 탕후루. 당시 집에서 만드는 레시피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이하은 기자/

2023년 탕후루 유행 당시 기자가 직접 만든 탕후루. 당시 집에서 만드는 레시피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이하은 기자/
그 공식을 더 세련되게 계승한 것이 두쫀쿠다. 두쫀쿠는 지난해 12월 들어 SNS와 유튜브를 통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불씨는 작았다. 그러다 아이돌과 인플루언서들이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유행 급물살을 탄 두쫀쿠는 주문 영수증이 끝없이 올라가는 장면이 릴스로 퍼지고,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 앞에 오픈런 줄이 생겼다.
두쫀쿠 유행 절정 당시 원재료 값 폭등으로 개당 6000원~1만 원에 판매됐지만 품절 행렬이 이어졌다./이하은 기자/

두쫀쿠 유행 절정 당시 원재료 값 폭등으로 개당 6000원~1만 원에 판매됐지만 품절 행렬이 이어졌다./이하은 기자/
두쫀쿠는 두바이에 실재하는 음식이 아니라 한국에서 재해석된 ‘K-현지화 디저트’다. 중동의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마시멜로, 초콜릿이 한데 뭉쳐 ‘아무도 먹어본 적 없는 식감’을 만들어냈다. 피스타치오의 고소함에 마시멜로의 쫀득함, 카다이프의 파삭함이 더해진 이 조합은 업계 표현을 빌리면 ‘도파민 터지는 맛’으로 MZ세대를 사로잡았다. 탕후루가 단순한 ‘깨짐의 쾌감’이었다면, 두쫀쿠는 바삭함·쫀득함·달콤함이 한입에 켜켜이 쌓이는 복층 식감으로 진화했다. GS 편의점이 출시한 두바이 쫀득초코볼 3종은 판매율 97%, 판매량 100만 개를 기록했다.
두쫀쿠 유행 절정 당시 원재료 값 폭등으로 개당 6000원~1만 원에 판매됐지만 품절 행렬이 이어졌다./이하은 기자/

두쫀쿠 유행 절정 당시 원재료 값 폭등으로 개당 6000원~1만 원에 판매됐지만 품절 행렬이 이어졌다./이하은 기자/
두쫀쿠는 특정 브랜드보다 제품명과 경험 자체가 먼저 기억되는 사례다. 소비자들은 ‘어느 브랜드의 쿠키’가 아니라 ‘두쫀쿠’를 먹었다고 말한다. 이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브랜드 중심에서 경험 단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3월 초 창원의 한 대형마트 봄동 매대. 가격 안내표 옆에 봄동비빔밥 레시피가 함께 붙어 있다./이하은 기자/

올해 3월 초 창원의 한 대형마트 봄동 매대. 가격 안내표 옆에 봄동비빔밥 레시피가 함께 붙어 있다./이하은 기자/
◇다음 타자: 얼린 젤리와 봄동 비빔밥= 두쫀쿠가 채 식기도 전에 피드에 새로운 영상이 등장했다. 형형색색의 젤리를 통에 가득 담아 냉동실에 넣고, 일정 시간 뒤 꺼내 한입 깨무는 장면. 특유의 바삭한 소리가 스피커를 울리는 15초짜리 릴스다. 일명 ‘젤리 얼먹(얼려먹기)’은 먹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장르가 된 사례다. 소비자들이 맛의 영역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디저트의 콘텐츠화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냉동 과정을 거치며 하얗게 결빙되는 젤리 표면, 알록달록한 색감의 시각적 대비, 깨무는 순간의 ASMR 효과까지 알고리즘이 사랑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젤리 얼먹(얼려먹기)’은 먹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사례다.

‘젤리 얼먹(얼려먹기)’은 먹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사례다.

에이블리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2월 플랫폼 내 ‘젤리’ 검색량은 한 달 전 대비 113% 상승했고, 사우어 젤리 검색량은 210% 급등했으며 거래액도 30% 증가했다.

그러던 중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 봄동이었다. 20여 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연예인의 먹방이 숏폼으로 재가공되면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디저트도 아닌 제철 채소 비빔밥이 알고리즘을 탄 것이다. 여기에 ‘건강하고 가성비 좋은 한 끼’라는 서사가 더해지며 레시피 인증이 줄을 이었다. 봄동 15㎏ 도매가격은 한 달 사이 33% 올랐고, 이마트의 봄동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5% 뛰었다.
창원의 한 카페에서 구매한 버터떡.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겉바속쫀’ 식감으로 이달 들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이하은 기자/

창원의 한 카페에서 구매한 버터떡.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겉바속쫀’ 식감으로 이달 들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이하은 기자/

◇현재의 주인공, 버터떡= 봄동이 정점을 찍던 사이, 또 하나의 영상이 조용히 알고리즘을 파고들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 간식 ‘황요우니엔까오’가 버터떡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됐다.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 반죽에 버터와 우유를 더해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이른바 ‘겉바속쫀’ 식감이 특징이다. 두쫀쿠가 ‘중동풍 식감’이었다면, 버터떡은 ‘우리에게 익숙한 떡의 언어’로 같은 감각을 풀어낸 셈이다.

반응은 빠르고 거셌다. 구글 트렌드 기준 3월 1일 지수 0이던 버터떡 검색량은 10일 만에 최고치 100을 찍었고, 네이버 3월 예상 검색량은 580만 건을 넘는다. 이마트에서는 찹쌀가루 매출이 전년 대비 179%, 타피오카 전분이 190% 가까이 폭증했다.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는 오전 10시에 준비한 버터떡 100개가 오픈과 동시에 완판됐고, 일부 매장에서는 픽업 대기 시간이 4시간에 달했다는 후기도 나왔다. CU는 업계 최초로 소금 버터떡을 출시해 하루 1만 개 한정 판매에 나섰고, SPC패션파이브와 이디야커피도 잇달아 버터떡 라인업을 선보였다.

◇왜 이게 뜨는가= 두쫀쿠, 얼먹젤리, 봄동, 버터떡. 겉보기엔 제각각인 이 아이템들 사이엔 일관된 공식이 흐른다. 재료의 출처가 있어야 하고(두바이, 상하이, 제철 채소), 식감이 차별적이어야 하며,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서사가 있어야 Z세대의 선택을 받는다.

탕후루부터 버터떡까지, 유행이 바뀔 때마다 직접 사 먹고 만들고 SNS에 올려온 이채은(28) 씨는 “탕후루 때는 그냥 맛있어서 먹었는데, 두쫀쿠부터는 이걸 어디서 먹었다는 게 하나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지금은 유행이 뭔지 알아야 대화가 된다는 느낌이 있어서 일부러 찾아다니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틱톡과 인스타 릴스의 알고리즘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식감 콘텐츠’에 최적화돼 있고, 그 포맷에 맞는 음식들이 차례로 화면을 점령하고 있다. 다수가 검증한 콘텐츠를 추종하는 ‘디토(ditto)’ 소비 심리가 숏폼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유행 전파 속도는 전례 없이 빨라졌다.

불황이라는 배경도 빼놓을 수 없다. 3500~6000원짜리 한 입의 사치가 지친 하루를 달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됐다. 고물가 시대에 보상은 더 빠르고 더 저렴해야 했고, 디저트의 달달함은 그 조건을 충족한다. 거창한 여행 대신 줄을 서서 먹는 버터떡 한 조각은 작고 확실한 행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식품 소비의 첫 번째 트렌드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소비하는 흐름”을 꼽았다. 야구장에서, 팝업스토어에서, SNS 피드 위에서. 음식은 이제 먹는 것이기 이전에 이야기하는 것이 됐다. 2022년 약과·포켓몬빵을 시작으로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두쫀쿠, 봄동을 거쳐 2026년 3월 버터떡까지, 트렌드의 교체 주기는 이제 월 단위로 달리고 있다.

다음 타자는 누가 될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냉동실에서, 혹은 어느 골목 카페의 쇼케이스 안에서 이미 시동이 걸렸을지 모른다.

글·사진=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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