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완수사로 ‘계부 성폭행’ 밝혀낸 검사 사의... “정치가 사법 흔들어”

공소청법·중수청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는 가운데, 5년차의 저연차 검사도 26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부산지검 류미래(32·변호사시험 10회)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을 향한 계속된 이슈들이 무력감과 서글픔으로 다가왔지만 제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버텨왔다”며 “그러나 가졌던 희망이 무너지고, 앞날을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류 검사는 “이제 직접 수사권은 폐지됐고 보완 수사 가능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경찰에 전달하겠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됐고, 피해자를 직접 대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면서 “그사이 수사는 지연되고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되며 증거는 사라질 것이다. 이 사법 공백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자 구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정치적 논리가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제가 지향하는 방식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류 검사는 자신이 맡았던 ‘계부 성폭력 사건’을 사례로 들며 검찰 보완 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의붓딸에 대한 단순 스토킹 혐의로 송치됐지만, 검찰 보완 수사를 통해 계부가 약 20년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가 계부의 아이까지 임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해 계부를 기소했던 류 검사는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검사인 저를 믿고 자신의 피해를 털어놨지만 저는 담당 검사였음에도, 정작 이 사건을 제가 수사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했다”면서 “3심까지 이어지는 동안 범행의 중대성을 밝히는 것보다, 담당 검사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지, 그 적법성을 확보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기력을 쏟아야 했다”고 했다. 류 검사는 이 사건 수사 등으로 2024년 검찰총장 표창을 수상, 지난해 상반기에는 형사부 우수검사에 선정된 바 있다.
이 사건은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의 범위를 처음으로 해석한 판결이 됐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내란죄 자체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직권남용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서 수사할 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 권한을 인정한 바 있다.
류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뒤틀린 제도 속에서도 검사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기에,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사건으로 남아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이 글이 한 저연차 검사의 개인적인 작별 인사에서 나아가, 무분별한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한 번 더 직시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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