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플라스틱 대란 벗어나려면… '석유' 굴레 벗어나야

2026. 3.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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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예로 들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생원료 공급을 늘리고, 바이오매스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플라스틱을 확대하며, 종이 제품으로의 전환을 확대해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말 공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에서 재생원료 공급 확대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90%의 플라스틱은 여전히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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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중동 전쟁, 플라스틱 원료 공급망까지 타격
재생에너지 외 재생원료 사용 확대도 필요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위한 규제 강화해야
전 세계 플라스틱 중 재생원료는 '단 10%'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4주 단위로 목요일 연재합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업계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업계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두 산업 모두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플라스틱 원료 공급망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이러다가 종량제 봉투부터 배달용기까지 플라스틱에 기대 온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세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는다. 추상적인 기후위기의 위협보다 피부로 체감되는 에너지 공급망의 공포가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교훈을 에너지 안보에만 국한하지 말고 원료 공급망 문제까지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 믹스뿐만 아니라 '원료 믹스'의 중요성도 생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재생원료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 여기서 재생원료란 재활용된(recycled) 원료만이 아니라 재생 가능한(renewable) 원료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재생 가능한 원료란 식물(바이오매스)에 기반한 원료를 말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끊임없이 공급될 수 있는 자원이다. 한 번 캐면 사라지는 화석연료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속가능한 자원 공급망이란 재활용 원료와 바이오매스 원료를 중심으로 자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체계를 말한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재생원료 100%로 만든 생수병.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이미 탈플라스틱 정책에 따른 재생원료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런던=이수연 PD

플라스틱을 예로 들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생원료 공급을 늘리고, 바이오매스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플라스틱을 확대하며, 종이 제품으로의 전환을 확대해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말 공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에서 재생원료 공급 확대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옳지만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실제로 끌어올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규제를 강화하고, 신재(新材) 플라스틱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며, 재생원료 품질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또 직매립 금지가 단순 소각 확대가 아니라 재활용 확대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량제 봉투에서 폐비닐을 선별해 열분해 시설의 원료로 공급되는 가치사슬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의 주 원료인 목재펠릿. 목재를 톱밥으로 분쇄한 다음 건조 압축해 열효율을 높힌다. 산림청 제공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는 바이오매스 원료로의 전환 전략도 추가돼야 한다. 다만 커피 찌꺼기나 왕겨 등 버려지는 부산물을 우선 활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재활용이 사실상 어려워 결국 태울 수밖에 없는 용도에 바이오매스 원료, 그중에서도 커피 찌꺼기처럼 버려지는 자원을 먼저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석유 기반 원료를 대체하면서 종량제 봉투로 나가는 쓰레기도 줄이고, 태울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까지 함께 줄이는 효과가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 중 재생원료와 바이오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의 플라스틱은 여전히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 무의미한 전쟁에서 그나마 우리의 불안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는 교훈이라도 얻었으면 한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릴 즈음에는 전쟁이 끝나 있기를 소망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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