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과 김태형, 두 감독의 운명은…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 [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홍윤표 2026. 3. 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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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햇살에

쭈우

쭈우

입 벌려

꽃망울이 열린다” (고은 시집 『순간의 꽃』(2001년)에서 인용)

어김없이 봄이 왔다.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야구장 문도 활짝 열렸다. 본격적인 야구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비록 아쉬운 실패로 규정할 수밖에 없겠으나, 한국 프로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의 열기를 올해 시범경기를 통해 재확인했고, 2026년 정규리그 개막(3월 28일)이 드디어 코앞에 다가왔다.

지극히 성마른 얘기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이른바 ‘동문(OB 베어스) 사형, 사제’라고 할 수 있는 명장 김경문(68) 한화 이글스 감독과 김태형(59)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올해 결과물이다. 두 감독의 계약 기간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두 감독을 명장이라고 불러 마땅한 전과(김경문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재임 1915~1921,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차례 우승)를 따져볼 때 지난해 결과는 진한 아쉬움만 잔뜩 남겼던 터였다. 한화와 롯데가 두 감독에게 지휘봉을 쥐어준 것은 당연히 그들의 예전 업적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화는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고, 롯데는 초, 중반까지는 큰 기대를 품게 했다가 듣기 싫은 속담을 빌리자면,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돌이켜보면, 한화는 지난해 절호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를 놓쳤다. 호사가들은 ‘김경문 감독의 준우승 징크스’가 재현됐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 3번(2005, 2007, 2008년)과 NC 다이노스 시절인 2016년 포함 모두 4차례나 한국시리즈에서 뼈저린 패배를 당한 아픔이 있다.

굳이 ‘절호’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역대 가장 강력한 외국인 두 투수(폰세, 와이스)를 거느리고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 뒤 메이저리그로 떠나버린 두 투수, 특히 투수 부문 4관왕인 폰세의 역량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다시 없을 기회였을 수도 있다.

게다가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관심 속에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이태 동안 무려 700억 원의 통큰 투자로 적극 뒷받침했다. 올해도 KT 위즈의 주포 강백호를 데려와 다소 미흡했던 타선까지 집중 보강했다. ‘뛰놀 수 있는 판’은 구단이 제대로 깔아준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롯데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제대로 된 외부 FA 선수는 넘보기는 언감생심이었다. 기박하다고 해야 할까. 김태형 감독은 두산 감독 시절에도 2015, 2016년 우승 뒤 주전 FA 선수를 곶감 빼먹듯이 구단이 야금야금 내줘 애를 먹었는데, 롯데에 와서는 더 심하다. 죽으나 사나 내부 육성만이 답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대로 꾸역꾸역 꾸려내긴 했다. 올해야말로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앞길이 어두운 김태형 감독으로서는 내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기필코 1차 포스트시즌 진출 염원을 성사시켜야 하건만, 시즌 시작도 전에 돌부리에 또 차였다.

주전급을 포함한 4명의 선수가 전지훈련지에서 불법 도박 혐의로 KBO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지 않나, 잔뜩 기대를 품었던 장거리 타자 한동희마저 부상으로 아예 전력에서 이탈해버렸다. 악재가 겹쳤으나 롯데가 그나마 시범경기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은 분명 희망적이긴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은 전력이지만 김태형 감독의 지도역량에 기대면서 선수단의 패배의식을 털어낸 것은 의미 있겠다.

한화는 물음표가 달린 채로 어느 구단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전력을 올해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 개인으로선 그야말로 ‘4전 5기’, 절치부심의 해다. 더군다나 1군 감독 경험자 코치만 무려 3명(양상문, 김기태, 강인권)이다. 든든한 보좌진까지 울타리를 친 김경문 감독이 또 실패한다면, 그건 그의 명백한 한계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겠다.

김경문, 김태형 두 감독은 이를테면, ‘강성(剛性)’ 지도자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지도 방침으로 올 시즌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저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올해 KBO 리그는 한층 흥미로울 것이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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