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 기내서 “수갑 풀고 가면 안 돼요?” 불평

최혜승 기자 2026. 3. 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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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에 선글라스 꽂고 등장…
24일 필리핀 클라크 공항에서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가 필리핀 측으로부터 '마약왕' 박왕열의 신병을 인수 하기에 앞서 신병인수서에 상호간 서명한 뒤 사본을 교부 받고 있다. /법무부, 연합뉴스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주범이자 국내 마약 유통 혐의를 받는 박왕열(48)이 한국으로 송환되는 과정에서 수갑이 불편하다며 풀어달라는 취지로 말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5일 법무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전날 필리핀 클라크필드 공항에서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등 호송팀이 필리핀 측으로부터 박왕열의 신병을 인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필리핀 당국자들에게 둘러싸인 박왕열은 모자를 눌러쓰고 팔뚝 문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평상복을 입은 채 등장했다. 셔츠에는 선글라스를 걸었고 수갑이 채워진 손은 회색 수건으로 가렸다. 양국 당국자는 박왕열의 임시 인도를 위한 서류에 서명했고 각각 상대국의 협조에 고마움을 표했다.

박왕열은 호송팀과 함께 아시아나 OZ708편에 탑승했다. 필리핀 측은 박왕열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그의 수갑을 풀어줬다. 잠시 손이 자유로워진 박왕열은 탑승권을 확인하는 동안 몸을 긁기도 했다.

호송팀은 기내에 탑승한 박왕열에게 “이제 대한민국 국적기를 탑승했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음을 알렸다. 이어 “변호인을 선임해서 조력을 받을 수 있고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이에 박왕열은 “네, 네”라고 짧게 답했다.

24일 필리핀 공항에서 국내로 송환되는 박왕열./ 법무부
국적기에 탑승한 박왕열./ 법무부

호송팀은 25일 오전 1시 30분 기내에서 박왕열에게 수갑을 채웠다. 호송팀이 “불편하시면 말씀하시라”고 하자, 그는 “근데 갈 때 이거 풀고 가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인도 과정에서 범죄자는 비행기에서 수갑에 결박된다.

박왕열이 탑승한 비행기에는 일반 승객도 탑승했으며, 호송관 2명이 박왕열을 밀착 감시한 채 송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왕열과 호송팀은 25일 오전 7시 16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했다.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 뉴스1

박왕열은 2016년 10월 발생한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주범이다. 그는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 수신 범행을 벌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3명을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총으로 쏴 살해했다. 살해 전 피해자들로부터 받아낸 카지노 투자금 7억2000만원을 가로챘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수감됐지만 두 차례 탈옥했다.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고 뉴빌리비드 교도소에 수감됐다.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대량의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약 사업 등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호화 수감 생활을 했다.

정부는 9년여간 박왕열을 송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달 초 필리핀과 정상회담에서 박왕열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해 그는 임시 인도 형태로 송환됐다. 임시 인도는 범죄인 인도 청구국(한국)의 형사 절차 진행을 위해 피청구국(필리핀)이 자국의 재판 또는 형 집행 절차를 중단하고 청구국에 임시로 신병을 인도하는 제도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박왕열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왕열은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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