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거주 1주택 규제···투기 잡으려다 실수요까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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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점점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세제, 금융, 규제 등 막강한 권한으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얼마든지 있다"며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비거주 1주택자 대상 규제 적용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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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공급 위축 속 전세 수급 불균형 심화 우려
실수요까지 위축될 가능성도···규제 강도보다 정밀성 필요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점점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다주택자를 겨냥했던 규제의 칼날이 이제는 비거주 1주택자까지 향하는 흐름이다.
실거주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규제의 범위가 커질수록 불가피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거 목적 보유와 투자 목적 보유를 구분해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이 판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거주 1주택자는 단순히 투기 수요로만 묶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다양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일괄적으로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면 시장에서는 '거주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신호가 강화된다. 그 결과 주택을 임대하기보다 매도를 통해 처분할 유인이 커진다.
이런 변화는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비거주 1주택자가 임대 시장에서 빠지면 전세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공급 위축은 세입자의 선택지를 더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의 유연성도 떨어질 수 있다. 주택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면 주거 이동이 필요한 실수요자들까지 불편을 겪게 된다. 규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수요까지 위축시키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보유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와 비거주 1주택자 규제를 동일한 선상에서 접근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규제의 범위를 넓히기 전에 어떤 수요가 투기이고 어떤 수요가 불가피한 선택인지에 대한 보다 정교한 구분이 필요하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정책은 원점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규제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제는 규제의 확대가 아닌 규제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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