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에너지·비료 부족 ‘도미노’…개도국 식량안보 ‘휘청’
석유·가스 최소 4개월 공급난
비료 대란 겹쳐 개도국 직격탄
식량 원조선 갇히고 물류 마비
중동전쟁 6월까지 장기화 땐
러·우전쟁보다도 위기 더 심화
농업 생산량 감소…불안 확산


중동 전쟁이 점차 격화되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식량안보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예고하자, 이란은 해협을 완전 봉쇄하겠다고 맞서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며 발전소 공격을 5일간 미루는 등 상황이 다소 진정됐지만, 정세는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22일 이란이 미국 요구대로 호르무즈해협을 당장 개방해도 최소 4개월은 글로벌 석유·가스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세계 석유 생산량은 목표치 대비 3% 이상 줄고, 액화천연가스 생산량도 매달 700만t씩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후에도 수급 불균형 여파로 에너지 사재기가 이어져 가격이 추가로 폭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공급부족 영향으로 일부 개발도상국에선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분쟁이 몇주 더 지속되면 비료 부족으로 곡물·사료·유제품·육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FAO는 “소말리아·방글라데시·케냐·파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은 일반적으로 대규모 비료 재고를 보유하지 않아 에너지 부족 충격이 더욱 크다”며 “케냐의 비료 가격은 이미 40% 상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중동 전쟁이 6월까지 이어지면 4500만명이 추가로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게 돼 식량 부족에 놓인 인구가 3억63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식량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동 전쟁으로 뱃길이 막혀 세계 최빈국으로 향하는 WFP의 식량원조선 운행에 차질이 생겼다. 중동 전쟁 영향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선박 보험료도 급등했다. 이에 WFP 식량원조선이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경유하거나 육상 통로로 물자를 수송하는 등 물류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농민연맹(AFBF)을 비롯한 54개 농민단체는 19일 “중동 전쟁으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려워 미국 식량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 예산 추경안에 농민 지원책을 포함해달라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에서도 비료 공급부족 우려로 농민들이 농업생산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호주 농민들은 겨울 파종을 앞두고 질소비료가 다량으로 필요한 밀 생산을 줄이고 콩 파종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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