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중대재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필요하다

유청희 2026. 3. 2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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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간, 대전의 한 공장에서 대형 화재 사고로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60명이 부상당했다.

2년 전에도 리튬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고, 화염 속에 출입구를 찾지 못한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 바로 2년 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계가 잘 작동하고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제거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기업 안전보건관리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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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지난 20일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간, 대전의 한 공장에서 대형 화재 사고로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60명이 부상당했다. 자동차와 선박용 엔진밸브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안전공업. 까만 연기가 계속 나는 장면을 뉴스 화면으로 보면서도 환한 대낮이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이 화재 사고로 하루아침에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고 동료를 잃었다. 그토록 산업재해 예방을 외치고 강조해 왔지만 노동자 안전은 방치되고, 우리는 또다시 노동자가 희생당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말았다.

이번 화재로 인한 중대재해는 2024년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은 리튬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의 산재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2년 전에도 리튬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고, 화염 속에 출입구를 찾지 못한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 바로 2년 전이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공장 안은 곳곳에 기름때가 가득했다. 기름이 줄줄 흘러 굳은 자국이 보일 정도였다. 절삭유가 금속과 만나 찌꺼기가 되고 이런 조건은 불 확산 속도를 빠르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름으로 가득찬 이 건물은 심지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화재로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했고 노동자들을 질식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14명 중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휴게실은 불법 증축한 공간인데, 창문은 일부 사물함에 가려있었고 출입구는 평소에도 잘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때문에 휴게실에 있던 노동자들이 대피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일까? 2년 전 이 회사의 노사 회의록에 따르면 "쾌적한 환경의 작업환경을 위해 고민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기 바란다"는 노동자 요구가 남아있다. 그 회의에는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화재 사고 이후 인터뷰를 한 노조 위원장은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하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지난 15년 동안 일곱 번이나 화재가 발생했고 대부분이 작업 공정 중 발생한 기름때와 분진으로 인해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기업의 전 직원이나 특수건강검진을 했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 따르면 이 공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험이 방치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대체·통제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개선하는 일, 그 결과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안전공업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시작되지 않았고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계가 잘 작동하고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제거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기업 안전보건관리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회의는 있었지만 노동자들이 지적한 위험요인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달라는 요구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터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떻게 제거할 수 있고 제거하고 있는지 안전보건 교육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 노동자 참여를 통해 현장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리는 교육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이번 대형 화재참사는 이미 징후가 많았으나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면에서 예견된 참사였으며, 하루하루 노동자들이 위험 속에 방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장에서 노동자의 생명은 우선순위에 놓여있지 않았던 것이다. 전국에 이런 위험천만한 노동현장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까마득해진다. 현장 안전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감독과 조치 역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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