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주권 전쟁 속 쿠팡의 ‘세금 실종 사건’ 추적

넷플릭스의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 코리아’는 2024년에 약 9000억원 매출을 냈다. 그 0.4%인 36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 기이할 정도로 낮은 수치다.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세는 매출액의 3~10%에 이른다. 이유는 단순하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매출액(9000억원) 중 174억원만 영업이익으로 남긴 덕분이다.
매출액은, 기업이 물품을 팔아서 번 총액이다. 여기서 매출원가(물품의 원가) 및 판매·관리비용(광고비 등)을 빼면 영업이익(회사의 본업에서 비롯된 수익)이다. 영업이익에서 다시 ‘본업 이외에서 나온 수익과 비용’을 더하고 빼면 ‘법인세비용 차감전 순이익(EBT)’이 산정된다. EBT에 법인세율을 곱해서 법인세 납부액을 결정한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영업이익을 줄이는 비결을 갖고 있다. 2024년 매출액(9000억원)의 81%인 약 7300억원을 미국 본사로 송금하고 이를 비용으로 처리했다. 그 비용은, 본사 소유인 ‘구독 멤버십(지식재산권 성격을 포함하는 무형자산)’을 ‘매입’하는 데 쓴 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구독 멤버십’의 가격은 도대체 얼마여야 적정한가. 본사와 자회사 같은 밀접한 관계라면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구독 멤버십 가격을 멋대로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본사는 넷플릭스 코리아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 그 결과, 한국 자회사의 영업이익(나아가 EBT)이 극도로 줄어들면서 법인세도 거의 내지 않게 되었다.
넷플릭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초국적 기업들은 여러 나라에 설립한 자회사 법인들의 망(網)을 소득 이전의 통로로 활용하며 납세액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국제 세무계획(international tax planning)’에 능숙하다. 고세율 국가의 자회사 법인에서 얻은 소득을 저세율 국가의 자회사로 옮겨 법인세를 줄이는 식이다.
한국 국세청은 2021년 세무조사를 통해 넷플릭스 코리아에 법인세 780억원을 추징했다.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독 멤버십’의 가격을 높게 잡았다고 본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세금 문제를 둘러싼 ‘국가 대 초국적 기업’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무조사 타깃이 된 쿠팡㈜의 경우에도 넷플릭스와 비슷한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에서 번 돈을 세금 없이 본국(미국)으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 국세청이 쿠팡을 겨냥한 이유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초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 수익을 회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자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한 법인세는 해당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EBT에서 법인세를 뺀 금액을 ‘순이익’이라고 부른다. 순이익을 피투자 국가에서 운용하든 배당금 형태로 가져가든, 이는 해당 초국적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초국적 기업들은 ‘국제세무계획’으로 국가 주권 중 하나인 피투자 국가 정부의 ‘과세권’을 유린하기도 한다. 특히 지식재산권(상표권, 소프트웨어 사용권, 콘텐츠 스트리밍 권리 등)·플랫폼·IT 기술 등 ‘무형자산’이 큰 수익을 내게 되면서 ‘빅테크’들은 더욱 거칠어졌다. 무형자산의 시장가격은 매우 불투명하다. 초국적 기업은 ‘그룹 내부거래’로 법인세의 원천인 ‘소득’을 어느 나라로 귀속시킬지 결정할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 훨씬 이전부터 쿠팡을 겨냥하고 있었다. 2024년부터 국제거래조사국 등 ‘최정예 부대’를 투입해 쿠팡의 초국적 ‘내부거래’를 파헤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전방위적 세무조사는 지난 수년 동안 이어온 활동에 정보 유출 사태의 대응이 겹친 것일 뿐이다. 〈시사IN〉은 2015년부터 공시된 쿠팡㈜의 연결·별도 감사보고서 및 미국 본사(쿠팡Inc)의 SEC(미국 증권거래소) 보고서 등을 통해 쿠팡 그룹의 어떤 내부거래가 조세회피 의혹을 초래했는지 추적했다.
■ ‘공격적 조세회피’ 꾀했나
넷플릭스 코리아는 매출액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에 보내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축소했다. 이 같은 현금유출 없이 이익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그중 하나가 RSU(주식보상비용)다. 모기업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주식을 일컫는다.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되어 있는 쿠팡 그룹의 최정상 법인인 쿠팡Inc는 2020년 쿠팡㈜ 임직원들에게 약 530억원 상당의 쿠팡Inc 주식을 발행·지급했다. 그 규모가 2021년 상장한 이후 매년 늘어나 2024년엔 3400억원에 이르렀다.
임직원에게 현금이든 주식이든 급여를 준다면 그것은 회계 논리상 소속 회사, 즉 쿠팡㈜의 ‘장부상 비용’으로 잡힌다. 감사보고서도 “주식보상비용은 매출원가 및 영업 일반관리비에 포함”이라고 썼다. RSU로 쿠팡㈜의 비용이 상승하면, 장부상 영업이익은 하락한다. 임직원들은 RSU로 쿠팡Inc 주식을 받으면 그냥 보유하거나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RSU는 쿠팡으로부터 현금을 유출시키지 않는다.
쿠팡㈜는 약 1조1000억원(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본 2021년 임직원에게 1300억원 상당의 RSU를 지급했다. 2022년, RSU가 영업이익보다 1100억원 많았다. 3400억원의 RSU를 지급한 2024년, 쿠팡㈜의 영업이익은 약 1조6000억원이었다.
RSU 지급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일반적 보상 방식이다. 회계 기준상 정당한 비용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쿠팡㈜의 이익을 크게 줄일 정도로 막대한 규모의 RSU가 매년 비용으로 계상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직원 보상 차원을 넘어, 실질적 과세 기반을 갉아먹는 ‘공격적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해외 유출 현금의 정체
쿠팡Inc는 미국 델라웨어주, 홍콩, 중국 상하이와 선전, 일본, 타이완 등에 자회사를 포진시키고 있다. 한국의 쿠팡㈜에겐 해외의 ‘특수관계자’들이다. 쿠팡㈜는 2020년 해외 계열사(특수관계자)들에 약 1500억원의 ‘비용’을 지급했다. 이 돈의 규모는 급상승해서 2024년엔 약 9400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2021년부터는 쿠팡㈜ 매출의 증가 속도보다 ‘해외 특수관계자 비용’이 훨씬 더 빠르게 올라간다. 2024년의 쿠팡㈜ 매출은 전년 대비 21.9% 늘어난 데 비해 특수관계자 비용은 55.3% 증가했다.

이 비용은 어떤 돈일까? 쿠팡 측은 감사보고서에 구체적 설명을 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해외직구 관련 자금으로 예측한다. 즉, 한국 고객들이 주문하는 해외 물품을 그쪽 계열사들이 조달해서 쿠팡㈜에 판다는 것이다(물품 매입대금). 그렇다면 해외직구가 늘어나는 만큼 해외 특수관계자 비용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세청은 ‘쿠팡㈜가 물품의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계열사에 지급’할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다. 초국적 기업들이 과세 당국의 눈을 피해 이익을 빼돌릴 때 흔히 사용하는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구조다.
그러나 쿠팡㈜의 연결 및 별도 감사보고서를 읽어보면, 물품 대금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팡㈜의 장부엔 해외 계열사들에 대한 ‘매입채무’의 기록이 없다. 기업은 공급업체로부터 물품을 받고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대금을 결제하기 마련이다. 그 기간에 기업은 자연스럽게 공급업체에 채무를 지게 된다. 이를 매입채무라고 한다. 해외 특수관계자 비용이 물품 매입뿐이라면 매입채무가 당연히 따라붙는다. 그러나 쿠팡㈜의 장부에는 해외 계열사에 대한 ‘기타채무’만 적혀 있다. 이는 해당 거래가 일반적인 물품 매입이라기보다 용역 성격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타채무는 플랫폼 운영 대행, 경영 자문, IT 인프라 유지 등 각종 ‘용역’을 제공받는 대가(서비스 수수료)와 관련된 항목이다. 용역비도 연중 상시 지급되지만 연말 시점에 결제되지 않고 남은 잔액이 있다면 기타채무로 분류된다. 쿠팡 측은 용역비를 해외 계열사의 서비스에 관한 정당한 대가로 주장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표’다. 계열사끼리 폐쇄적인 거래 특성상, 서비스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부풀려진 ‘초과 수수료’가 지급되었을 수 있다. 국세청 조사도 이 가격산정의 불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지난해 2월 제출한 연차보고서(10-K)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에게 ‘위험 요인(Risk Factors)’을 알리는 부분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한국 국세청이 쿠팡 그룹의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정상가격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과세대상소득으로 잡혀 막대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쿠팡㈜ 보고서의 기타채무가 매입채무까지 포괄한 개념이 아닌지도 짚어봤다. 그러나 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사라진다. 쿠팡㈜ 장부에서는 국내외 계열사들을 통틀어 ‘쿠팡 CPLB(Coupang Private Label Brands)’에만 매입채무가 잡혀 있다. CPLB는 쿠팡㈜의 100% 자회사로 쿠팡 브랜드(PB) 상품의 기획·제조·납품을 전담한다. 쿠팡㈜가 CPLB로부터 물품을 사들이기 때문에 매년 기말 수천억 원 규모 매입채무가 장부에 남는 것이다.
해외 계열사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법인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유한회사(LLC)로 등록된 ‘쿠팡 글로벌’이다. 쿠팡㈜가 해외 계열사에 지급하는 비용 가운데 60~70%가 이 회사로 들어간다(〈시사IN〉 제958호 ‘쿠팡의 돈 흐름 10년, 재무제표로 추적했더니’ 기사 참조).
■ 쿠팡의 ‘세금 지우개’
쿠팡㈜는 이른바 ‘계획된 적자 경영’을 2022년까지 이어왔다(연결, 영업이익 기준). 그동안 적자가 약 6조원의 ‘누적 결손금’으로 쌓여 있었다. 한국 세법에 따르면, 적자 기업은 언젠가 흑자를 내게 되는 시기에 결손금을 활용해서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 즉, 적자가 ‘이연’되어 미래의 법인세를 깎을 수 있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회계 용어로는 ‘이연법인세자산’이라고 부른다.
쿠팡㈜가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998억원, 연결 기준)를 기록한 2022년 말, 이 회사의 이연법인세자산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장부에 기록되어 있다. 누적 결손금(6조원)에 26.4%(대기업 법인세율)를 곱한 수치로 보인다. 이연법인세자산은 일종의 ‘세금 지우개’다. 예컨대 법인세를 4000억원 내야 한다면 2000억원만 납부하고, 이연법인세자산을 1조6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이면 된다.
쿠팡㈜의 2023년 ‘법인세비용 차감전 순이익(EBT, 연결 기준)’은 약 9900억원으로 법인세율(26.4%)을 적용하면 2600억원 정도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쿠팡이 실제로 낸 법인세는 약 730억원으로, 유효세율(실제 납부세액/EBT)은 7.3%에 불과하다. 이연법인세자산에서 실제로 납부할 법인세 730억원을 뺀 1800억원을 덜어내는 대신 그만큼의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에서 공제한 덕분이다.
2024년 쿠팡㈜의 유효세율은 약 4%로 전년도(2023년)보다 더 낮았다. EBT가 약 1조6000억원에 이르러 대기업 법인세율을 적용하면 4200억~4300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실제로 낸 세금은 640억원이다. 같은 해, 크게 늘어난 ‘해외 특수관계자 비용’과 ‘RSU’ 그리고 이연법인세자산이 절묘하게 조합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말 현재 쿠팡㈜엔 1조2000억여 원의 이연법인세자산이 남아 있다. 이후 몇 년 동안 법인세를 아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쿠팡은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에서 영업이익이 97%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와 막대한 비용 처리를 그 원인으로 제시하며 한국 여론 앞에서 앓는 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김범석 의장이 월스트리트 주주들에게 연설한 ‘어닝 콜(실적 발표)’의 뉘앙스는 달랐다. RSU 보상 등 일회성 ‘장부상 비용’ 등을 빼면 쿠팡의 핵심 수익성은 견고하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다. RSU가 한국에선 법인세를 줄이는 수단이지만, 미국 투자자들에겐 ‘이걸 제외하고 쿠팡의 수익성을 보면 매우 높아’라고 말한 바와 다름없다.
■ 조세 주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
글로벌 각국 정부들은 2010년대 들어 초국적 기업들의 ‘국제세무계획’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초국적 기업들은 소득을 이 나라 저 나라로 옮겨 가며 전 지구적 범위에서 법인세 납부를 사실상 보이콧해왔다. 2021년 OECD 중심의 140여 개 국가는 초국적 기업이 등록된 국가(쿠팡의 경우 미국)는 물론이고 ‘소득이 창출되는 시장(쿠팡의 경우 한국)에도 과세권이 있다’는 원칙에 합의하며 조세 주권 탈환에 나섰다. 2026년 초 현재, 이 합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련 협상을 중단시키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반발한 유럽 국가들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국의 소비자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의 2~3%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등 조세 주권에 대한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쿠팡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민간이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현상은 국가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조세 주권 전쟁’의 한 양상이다. 쿠팡은, 미국 유력 인사들에 대한 자신들의 로비가 글로벌 조세 규범의 균열을 틈타 한국의 정당한 과세권 주장을 ‘정치적 분쟁’의 흙탕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오해가 아니라면, 그런 행위는 주권국가의 공적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사IN〉은 ‘특수관계자 비용’ ‘RSU 보상’ ‘이연법인세자산’ 등에 대한 질문 사항들을 쿠팡㈜에 보내고 여러 차례 답변을 요청했지만, 쿠팡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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