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요양사업 키우는 보험사들
금융그룹 모회사 요양사업 키워
472개 시설, 628개 재택 서비스
지난해 매출 1602억엔 규모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발생하며 보험업권의 산업 전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보험 가입자가 줄어들고 필요성도 낮아지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보험업권은 ‘요양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대형 보험사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기술력을 갖춘 요양 산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요양 산업이 여전히 개인사업자에 의존해 폐업 위험이 높고,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장기 요양기관 현황에 따르면 방문요양·주야간보호 등 재가요양기관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재가요양기관 대부분이 영세 개인사업자라는 점에서 한국 요양산업에 기업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10인 이상의 장기요양시설을 설치하려는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모두 ‘소유’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요양시설을 건립하는 데에만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대형 기업조차 주요 도심지에 거점을 확보하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일본에서는 요양 분야가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1995년 약 1800만명에서 2040년 3900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생산 가능 연령인 8700만명에서 6200만명으로 줄어든다. 일본의 요양보험 급여비는 제도 시행 첫해인 2000년 3조 3000억엔에서 2040년 25조 8000억엔으로 약 8배 급증할 전망이다. 요양 수요가 공급을 한참 앞선데다 막대한 요양보험 급여비가 작동하는 시장인 셈이다.
일본의 3대 요양기업 중 하나인 ‘솜포케어(SOMPO Care)’는 손해보험계열 금융그룹인 솜포홀딩스(SOMPO Holdings)가 요양산업에 뛰어든 대표적 사례다. 솜포케어는 전국 472개 시설, 628개 재택 서비스 거점을 운영하며 약 8만 5000명의 고령자를 돌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602억엔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그룹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그룹 내 연계를 통한 수익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가족을 통한 요양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 서비스를 활용할 것을 정책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른바 ‘비즈니스 케어러’ 문제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 가족 요양을 병행하는 형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 전문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가족 요양에 의존한 결과, 요양을 위한 직장 이탈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9조엔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안도 시게루 솜포케어 이사는 “가족이 요양을 떠안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 요양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솜포케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 투자다. 솜포홀딩스는 요양 기술 전문 연구소인 ‘퓨처 케어 랩(Future Care Lab)’을 운영하며 요양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자세를 자동으로 바꿔 욕창을 예방하는 자동 자세 변환 장치, 수면 중 심박수·호흡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수면 센서, 자동 목욕 장치인 울트라파인버블 등이다.
솜포케어는 향후 요양 산업에서 기술·AI·데이터 활용이 향후 차별화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솜포케어 관계자는 “기술로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에 맡기고,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요양에 집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사람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기술과의 공생을 통한 새로운 요양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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