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의 오래된 ‘보스몹’, 경품 규제 [BKL 게임&비즈리포트]

2026. 3.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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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라지지 않는 게임 속 ‘보스 몬스터’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언제나 새로운 보스 몬스터를 만난다.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더 강한 적이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전략을 바꾸며 그 난관을 돌파한다. 그러나 한국 게임 산업을 돌아보면 기술 변화와 산업 성장 속에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오래된 ‘보스 몬스터’가 하나 있다. 바로 “게임 이벤트에서 경품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질문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에게 이벤트와 보상은 낯선 요소가 아니다. 특정 퀘스트를 완료하면 한정 아이템을 얻고, 특정 대회에서 우승하면 기념 굿즈가 제공되기도 한다. 이러한 장치는 게임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이용자의 참여를 높이는 중요한 운영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이벤트가 때때로 예상치 못한 법적 논쟁으로 이어진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상 이른바 ‘경품 규제’ 때문이다.

현행 법 체계의 출발점은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다. 이 조항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을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장 자체는 간결하지만, 이 규정은 지난 20년 가까이 한국 게임 산업의 사업 모델과 마케팅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왔다. 단순히 경품 지급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이용 결과와 경제적 가치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 자체를 규제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의 배경에는 한국 게임 산업이 겪어온 역사적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오락실 게임기와 일부 온라인 게임을 둘러싸고 사행성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면서, 정책 당국은 게임 이용 결과가 재산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강하게 통제하는 방향의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게임 이용의 결과물과 경제적 가치가 직접 결합되는 구조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입법이 이루어졌고, 경품 규제는 그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았다.

이 규제의 정당성은 헌법적 판단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게임 결과에 따른 경품 제공을 제한하는 규정이 사행성 확산을 방지하고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 목적에 부합한다며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즉 경품 규제는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니라, 게임 산업을 둘러싼 사회적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일정한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사행성 방패와 낡은 규제의 충돌
그러나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 규정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게임사들이 이용자 참여 확대를 위해 진행하는 게임 내 이벤트에서 제공되는 실물 굿즈, 게임 기념품, 한정 아이템 등이 규제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종종 논란이 된다. 이벤트의 목적은 커뮤니티 활성화와 이용자 참여 확대에 있지만, 게임 이용 결과와 경품 제공이 결합되는 구조 자체가 규제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등장한 새로운 게임 모델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P2E(Play to Earn) 게임이다. P2E 게임은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를 통해 가상자산이나 토큰을 획득하도록 설계된 모델이다. 게임 플레이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일정한 경제적 보상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 이러한 구조가 허용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법원은 게임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이 환전되거나 환전이 가능한 구조를 갖는 경우 이를 문제 삼아 왔다. 특히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항 제7호는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환전하거나 환전을 알선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법원 역시 이러한 규정을 근거로 게임 결과물이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되는 구조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나 P2E(Play to Earn) 모델과 같이 게임 플레이가 곧바로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어 왔다.

[제미나이]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규제 환경이 글로벌 게임 시장의 흐름과는 일정한 간극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서는 게임 내 이벤트에서 콘솔 기기나 게이밍 장비, 피규어와 같은 실물 경품이 제공되는 사례가 비교적 흔하다. 물론 해외 각국 역시 도박성 게임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지만, 실력 기반 경쟁에 대한 보상은 비교적 폭넓게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에서는 같은 이벤트라도 게임 이용 결과와 경품이 직접 연결되는 순간 규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이 상당한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경품 규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경품’ 자체라기보다 ‘사행성’의 판단 기준에 있다. 일반적으로 사행성 판단에서는 우연성의 정도, 재산적 이익의 규모, 반복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 환금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즉 모든 보상이 사행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보상이 도박적 구조를 형성하는지 여부가 본질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다음 스테이지를 위한 공정한 공략
오늘날 게임 산업은 단순한 오락 서비스를 넘어 하나의 디지털 경제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게임 내 자산 거래, 이용자 창작 콘텐츠(UCC) 경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소유권 등 새로운 구조들이 등장하면서 게임 이용과 경제 활동의 경계 역시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품 규제를 둘러싼 논의 역시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사행성 통제라는 정책 목표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경제적 보상을 동일하게 취급하기보다는 우연성 중심의 도박 구조와 이용자의 실력·노력에 기반한 보상을 구분하고, 게임 경제 시스템 전체를 고려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국회에서도 게임 경품 규제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게임을 ‘특정장소형게임’과 ‘디지털게임’으로 분류하고, 특히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게임에 대해서는 기존과 달리 원칙적으로 경품 제공을 허용하는 방향의 규제 체계를 검토하는 게임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되어 있다. 이는 그동안 경품 제공 금지 규정을 중심으로 사행성을 통제해 온 기존 규제 방식에 일정한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게임 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며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오래된 규제의 구조 역시 그 변화의 속도에 맞추어 다시 점검해 볼 시점이 아닐까. 한국 게임 산업이 마주한 이 오래된 ‘보스몹’을 어떻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공략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BKL 게임&비즈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 게임&비즈팀 구성원들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 등급분류 등 주요 규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박주성 변호사(변호사시험 5회)는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정보보호,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 분야의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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